[3] 유체의 압력 강하
원자력열유체공학 2022. 1. 5. 19:250. 서론
우리가 기체의 거동을 분석하기 위해 방정식을 사용할 때, 흔히 적용하는 조건 중 하나가 이상기체(ideal gas)에 대한 것이다. 서로 간 상호작용이 탄성충돌로만 이루어진다는 이 가정은 실제 기체에서는 들어맞지 않지만, 푸는 이로 하여금 보다 간단한 고려만을 통해 현상을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일 더 정확한 결과를 얻고 싶다면 이상기체라는 틀에 추가 조건을 달면서 식을 늘려가면 된다.
유체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식을 사용해 식을 세울 수 있다. 이상적인 유체는 비압축성, 비점성, 비회전성 등을 만족하는 유체로 정상상태로 흐를 때 그 거동에 변화가 없다. 현실에서의 유체는 점성을 가져 마찰에 의한 유속 및 압력 변화가 나타나고, 기체의 경우 주변 환경에 대응하는 압축이 일어나 밀도가 계속해서 변하는 특성을 보인다. 개별 분자의 회전 운동 또한 고려 대상이다.
이상기체는 고온, 저압 환경에서 실제 기체와 유사한 움직임을 가진다. 덕분에 간단한 추론의 경우 이상기체 가정만으로도 충분하며, 이것보다 정밀한 실험에서는 현장에 따라 반데르발스 방정식(Van der Waals' equation) 등 다른 방정식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편이다. 그러나 파이프를 흐르는 물과 같은 액체의 경우 유체가 이상적이라는 가정하에서는 실제 유체의 움직임을 제대로 예측하기가 어려운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비점성 조건이 유체의 마찰을 무시하는 가정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벽면과 파이프 내 유체의 마찰은 무시할 수 없는 압력 감소를 일으키며, 흐르고 있는 유체의 압력을 변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본 글에서는 유체의 압력 강하(pressure drop)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벽면과 유체 간의 마찰에 의한, 그 외 여러 요인에 의한 압력 감소를 알아보고, 이 작업에 들어가기 전, 점성을 갖는 비압축성 유체의 거동을 난류(turbulent flow)와 층류(laminar flow)로 구분해 각각의 특성을 간단히 살펴볼 것이다. 두 유동의 구분 기준으로는 유체의 밀도, 속도, 파이프의 크기와 점성 등 다양한 값이 쓰이는데, 이들을 모아 종합한 것이 유명한 무차원 수(dimensionless number)인 레이놀즈 수(Reynolds number)이다.
1. 유체의 유동
i. 뉴턴 유체(Newtonian fluid)
이전 글(https://seraphy.tistory.com/27)에서 하나의 관을 타고 흘러가는 정상상태 유체의 속도는 그 단면에서 일정하다고 두었다. 요컨대 관의 중심에서와 벽면 근처에서 유체의 속력은 서로 같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벽면과의 마찰에 의해 중심부로 갈수록 속력이 빠르다. 처음에 모든 단면에서의 속도가 같게 유입되어도 그러하다.
전단 응력이란 물체의 표면에 평행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응력을 말한다. 응력은 물체의 변형을 야기하는데, 다음 그림을 보자.
유체에서의 전단 변형은 상단과 하단의 속도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 위 그림에서 변형 γ가 매우 작아 tan γ로 근사할 수 있다고 두면, 응력 τ와 γ 간의 관계식은 다음처럼 나타난다.
이때 비례상수 μ는 점도에 해당한다. 점도가 변형과 무관한 독립적인 상수로 결정될 경우, 그러한 유체를 뉴턴 유체라 부른다. 뉴턴 유체에서는 전단 응력과 전단 변형 간 선형관계가 만족되고, 그 예로 물, 기름, 공기 등이 있다. 그렇지 않은 유체는 비뉴턴 유체라 부르며, 이 경우 앞선 글에서 살펴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적용할 수 없다. 우유, 꿀, 혈액 등이 비뉴턴 유체에 해당한다.
ii. 난류와 층류
유동은 흐름 양상에 따라 층류와 난류로 구분된다. 층류란 유체의 평균속도 방향 이동이 주가 되는 유동을 말한다. 관을 타고 진행하는 유체는 속도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동시에 그에 수직인 방향으로도 이동하게 된다. 층류는 이러한 이동에 유체 분자의 확산만이 관여하는 유동으로, 그 진행이 매우 느리며 결과적으로 해당 확산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 된다. 반대로 난류는 속도에 수직인 방향으로 유체가 직접 움직이면서 전파되는 흐름을 의미하며, 층류에서와는 사뭇 다른 형태의 거동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난류는 층류에 비해 그 거동이 복잡하여 이론적인 분석이 쉽지 않고, 실험식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iii. 레이놀즈 수
그렇다면 층류와 난류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19세기 과학자 Osborne Reynolds는 다음의 값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L은 특성 길이(characteristic length)라 부르는 것으로, 원형 관의 경우 지름 D와 같다.
이 값은 레이놀즈 수라 불리며 단위가 없는 무차원 수이다. 레이놀즈 수가 2300보다 작은 경우 층류, 큰 경우 난류로 구분한다(기준이 되는 상수는 연구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또 대략 2000에서 4000 미만의 레이놀즈 수를 갖는 유동은 천이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 층류/난류의 명확한 구분이 없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레이놀즈 수의 분모와 분자를 밀도로 나누어주면, 다음처럼 동점성계수(kinematic viscosity) ν를 사용해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두면 분모는 유체의 점성을, 분자는 관성(단면에서의 유속)을 의미하게 된다. 즉 층류란 점성이 관성을 상대적으로 압도하는 유체이고, 난류란 관성이 더 우세한 유체로 생각할 수 있다. 난류에서는 유체의 이동이 직접적으로 확산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갖는다.
레이놀즈 수는 유동의 특성을 좌우한다는 것 외에도 상사성(similarity)이라는 중요한 개념과 연관되어 있다. 상사성이란 요컨대 어떤 두 실험 상황에서 현장의 기하학적 형상과 레이놀즈 수가 서로 같다면, 두 상황에서 유체의 거동은 일치한다는 의미로, 거대한 구조물을 세우는 등 규모가 큰 상황을 모사할 때 이를 실험실 수준으로 축소한 모형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실제로는 유체의 특성에 따라 여기에 오일러 수, 프루드 수, 마하 수 등 다양한 무차원 수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2. 압력 강하
유체의 압력을 떨어트리는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파이프에서의 마찰과 파이프 단면적의 변화를 들 수 있다.
i. 마찰에 의한 손실(friction loss)
이론적 유도가 간단한, 원형 파이프를 흐르는 층류에 대해 마찰의 효과를 살펴보자. 반지름이 R인 원형 파이프 속으로 속도가 u인 층류가 흐르고 있다. 이때 파이프와 중심이 같은 원통형 제어체적을 설정하자. 그 반지름은 r이고 길이는 dx이다. 정상상태에서 제어체적 내 유체에 가해지는 힘은 서로 상쇄되므로 합력은 0이다. 합력의 구성 요소로 압력과 전단 응력을 들어 계산하면 다음 식을 얻는다.
여기에 전단 응력의 정의를 대입하면 다음처럼 파이프 내 속도 분포를 알 수 있다. 반지름이 r=R인 지점에서 유체의 속도는 0임을 상기하라.
속도를 얻었으므로 마지막 식에서 계수비교를 통해 압력이 떨어진 정도를 계산할 수 있다. 다음을 보자.
파이프 내 유체가 정상상태에 도달하면, 속도 분포가 고정되면서 압력의 감소율은 일정해진다. 이로부터 특정 길이의 구간을 지나면서 발생하는 압력 강하를 계산하면 위와 같은 결과를 얻는다. 압력 변화량을 위 식처럼 몇 개 항의 곱으로 구별하면, 유체의 운동에너지, 구간 길이와 지름의 비, 그리고 앞에 붙는 계수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계수를 관마찰계수(friction factor) f라 한다. 층류의 경우 관마찰계수가 64/RE로 파이프의 조도(roughness, 표면의 거친 정도)와 무관한 값을 갖는다. 반면 난류에서는 이러한 이론적 유도가 어려워 실험을 통해 값을 얻게 되는데, 대표적인 참고 자료로는 미국의 엔지니어 Lewis F. Moody에 의해 작성된 Moody diagram이 있다. 아래 그림에 나타난 diagram에서 레이놀즈 수와 상대 조도를 사용해 대응하는 관마찰계수를 알 수 있다.
이때 파이프로 흐르는 유량을 구하면 다음과 같다. 이를 Hagen-Poiseuille equation이라 부른다.
또 마찰로 인한 압력 손실을 에너지에 대해 나타낼 수도 있는데,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이로 인한 제반손실을 길이의 단위로 표현한 식을 Darcy-Weisbach equation이라 한다.
ii. 파이프 단면적 변화에 따른 손실(form loss)
곧은 관을 나아가는 유체는 정상상태에 도달한 뒤 마찰 이외에는 특별한 손실 요인이 없다. 그러나 파이프의 형태가 바뀌는 구간에서는 흐름에 변화가 생기면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를 form loss라 한다. Form loss에서의 직접적인 손실 요인으로는 와류나 소용돌이를 들 수 있다.
Form loss는 파이프의 기하학적 형태가 변하는, 예컨대 갑작스러운 파이프 단면적의 확장이나 축소, 파이프의 방향 전환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 유체의 운동에너지가 일정 비율로 손실된다고 둠으로써 표현한다. 그 비율을 form loss coefficient k라 하여, 앞서 쓴 압력 강하에 대한 식에 이를 반영할 수 있다.
위 식에서 등장한 계수 ζ는 많은 엔지니어들의 실험을 통해, 여러 가지 파이프 형태에 따른 값이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다.
참고문헌
1. Frank White, "Fluid Mechanics," 8th ed., McGraw-Hill (2015)
2. Yunus A. Cengel, John M. Cimbala, "Fluid Mechanics," 4th ed., McGraw-Hill (2019)
이미지
1. https://www.cfdsupport.com/OpenFOAM-Training-by-CFD-Support/node334.html
3. https://www.mecaflux.com/suite/en/perte%20charge%20singulier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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