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전 내 에너지 전달
원자력열유체공학 2021. 12. 29. 17:170. 서론
이전 '핵공학개론1' 태그의 글 목록에서는 다른 발전 방법과 원자력 발전의 차이점인 핵분열에 초점을 맞추었다. 중성자가 우라늄 핵분열의 연쇄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얻고, 반응도(reactivity)에 대한 inhour equation을 통해 그 출력을 조정하는 내용을 다루었다.
한편으로 원자력 발전소는 열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거대한 열기관이다. 반도체를 쓰는 태양광 발전의 경우를 제외하면, 현대의 발전 방식은 터빈을 돌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그 동력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대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화력 발전은 화석연료를 태워 얻은 열이 물을 끓이고, 여기서 얻은 증기가 터빈을 움직인다. 수력 발전은 댐을 통과하는 물이 직접적으로 터빈에 동력을 공급한다. 원자력 발전은, 전에 살펴본 것과 같이 핵에너지로 물을 데워 증기를 만들고, 이후는 화력 발전과 유사하다.
원전 내 파이프를 흘러다니는 유체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전달의 역할을 수행한다.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은 증기가 가진 에너지가 운동에너지, 전기 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이며, 냉각기와 열재생기 등의 열교환을 통해서는 열에너지의 전달이 일어난다. 수많은 파이프 속을 지나는 유체는 발전소 운전의 핵심으로, 이들 유체의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얼마인지를 분석하는 것은 원전뿐만 아니라 유사한 발전 방식을 쓰는 다른 발전소의 설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원자력열유체공학' 태그의 글은 유체의 흐름과 열전달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다룬다. 유체의 몇 가지 지배방정식을 풀이함으로써 전체 구간에서의 유체의 압력과 속도를 얻고, 여러 환경에서 발생하는 압력강하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또한 열이 전달되는 두 방식인 전도와 대류에 대해 살펴보며 열전달 관점에서의 설계를 주제로 간단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마지막에는 원전 안전 설계의 기준 중 하나인 비등(boiling)과 냉각에 대해 논의하며 본 태그를 마무리하게 된다.
본 글에서는 원전에서 만들어진 열을 운반하는 여러 가지 냉각재에 대해 간단히 알아본다. 냉각재의 종류는 원전의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로, 각 유체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그에 따른 장단점이 명확한 편이다. 이를 통해 유체에 대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원자력 발전소와 이에 사용되는 유체에 대한 몇 가지 이해를 선행하려 한다.
1. 핵에너지의 발생
먼저 일전의 '핵공학개론1' 태그의 글에 작성했던 주요 내용을 돌아보기로 하자.
i. 핵분열 에너지
중성자에 대한 이전 글(https://seraphy.tistory.com/15)에서 확인했던 다음 표를 다시 살펴보자.
U-235의 핵분열 반응을 통해 발생하는 에너지는 핵분열생성물(FP, fission product), 중성자, 방사선, 중성미자 등이 나눠갖게 되는데, 이 중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 중성미자가 가진 에너지는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분열당 약 200MeV 정도의 에너지가 방출되며, 이들 중 핵연료를 거쳐 냉각재가 운반하게 되는 에너지의 양은 대략 180MeV 수준이다.
ii. PWR(Pressurized Water Reactor, 가압경수로)
PWR은 물(경수)을 냉각재로 쓰는 원전의 한 형태로, 원자로를 거친 냉각수가 증기를 만드는 급수와 섞이지 않도록 설계되는 것이 특징이다. 원자로에서 데워진 물을 증기로 만들어 쓰는 BWR(Boiling Water Reactor, 비등수형 경수로)의 단점인 증기의 방사화를 개선하였다.
아래 그림은 열역학을 다룬 이전 글(https://seraphy.tistory.com/19)에서 가져온 것이다. 원자로를 지나는 1차계통, 증기를 발생시키는 2차계통, 잔열을 제거하는 3차계통까지 PWR의 여러 계통을 간략히 보여준다.
※ 냉각탑(Cooling Tower)
간혹 인터넷에서 원전 사진을 검색해보면 다음처럼 흰 연기를 뿜어내는 구조물을 볼 수 있다.
이는 냉각탑이라 부르는 건물로 원전에서 발생한 열을 최종적으로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주변에 폐열을 방출할 마땅한 저열원(강, 호수, 바다 등등)이 없는 경우, 냉각탑을 세우고 그 안에서 적은 양의 물을 계속 순환시키면서 열을 공기 중으로 내보낸다. 따라서 한국과 같이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는 냉각탑을 설치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 사진에 보이는 연기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응결된 것이다.
냉각탑은 원전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두루 사용된다.
iii. 붕괴열
다른 발전 시설과 구분되는 원전의 고유 특성 중 하나로 작동이 멈춘 후에도 붕괴열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핵연료 내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기 때문으로, 관련 글(https://seraphy.tistory.com/10)에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붕괴열로 인한 출력은 일반적으로 원전 전체 출력의 약 6% ~ 7% 정도이다. 한국형 원전 중 하나인 OPR1000의 예를 들어 그 양을 가늠해보자. 원전 모델명 뒤에 붙는 숫자는 전력을 MWe(electric) 단위로 나타낸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OPR1000이 생산하는 전력은 1000MWe이다. 원전의 열효율을 35%로 설정하면(실제로도 이 정도 수준이다) 열에너지 단위의 출력은 2857MWt(thermal)이 되며 이 중 7%가 붕괴열이므로 그 양은 200MWt가 된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는 해남의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로, 98MW급의 발전 설비를 갖추고 있으니 원전에서 나오는 붕괴열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냉각재
이처럼 원전은 고밀도 고출력의 에너지원으로, 원자로가 만든 열을 적절히 제거하고 운반하는 일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된다. 본 글의 남은 파트에서는 여기에 쓰이는 냉각재들에 대해 간단히 살펴볼 것이다.
냉각재의 성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다음의 몇 가지 특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밀도(density)는 유체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유량 계산에 쓰이며 다른 특성과도 연관되는 중요한 값이다. 열을 옮긴다는 목적을 생각하면 열이 얼마나 잘 흐르는지에 대한 지표인 열전도도(thermal conductivity) 역시 중요한 값으로, 주로 유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물성에 의존한다. 물질이 저장할 수 있는 열에너지의 양을 보여주는 열용량(thermal capacity)도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할 값인데, 보통 설계에 있어서는 밀도와 열용량을 곱해 얻은 단위부피당 열에너지 용량을 더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그밖에도 유속에 관여하는 점성(viscosity) 등이 추가 고려 요소로 꼽힌다.
이러한 특성값은 유체의 압력과 온도가 정해지면 계산할 수 있다. 이를 계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후의 글에서 다루며, 본 글에서는 이들 값을 염두에 두면서 개별 냉각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i. 물
가장 대표적인 원전 냉각재는 물이다. 이때 쓰이는 물은 경수와 중수로 나뉘는데, 경수는 중수보다 중성자를 더 많이 흡수하는 성질을 가져 냉각뿐 아니라 감속재의 역할도 맡게 된다. 중수는 중성자 흡수율이 낮아 우라늄 농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생산단가가 높아 경수로가 더 많이 건설되는 편이다.
물은 밀도와 열용량이 높아 열을 제거하는 데 유용하지만, 끓는점이 낮아 원자로 내 고온 환경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압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ii. 액체 금속
물의 단점을 일부 보완할 수 있는 냉각재로는 액체 금속이 있다. 열전도도와 밀도가 높아 열 제거 효율이 우수하며, 끓는점도 높아 가압이 따로 요구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액체 금속을 사용하는 원자로는 출력밀도가 다른 노형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난다.
다만 녹는점이 높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온도 조건이 까다롭다. 액체 금속을 냉각재로 쓰는 원자로에는 대표적으로 고속증식로가 있는데, 이것의 bulk coolant temperature는 일반적인 PWR에 비해 200도 정도 높다(600~800℃). 이러한 초고온 환경은 원자력 시스템 전반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이 온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속은 Na(소듐), K(포타슘) 정도이며 K의 경우 방사성 원소 K-40의 존재 때문에 대개 Na을 냉각재로 채택한다.
iii. 기체
앞서 겪었던 상(phase)으로 인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는 아예 기체를 사용하는 것이 있다. 동작 온도에 제한이 없으며 덕분에 열효율 증대가 가능하다. 그러나 애초에 밀도가 낮기 때문에 열전달 성능이 매우 저조하여 기체 냉각 원자로는 경제성이 비교적 떨어진다. 이밖에도 원자 크기가 작아 누설이 쉽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체 냉각재로는 He(헬륨)이 쓰이는데 이는 반응성이 낮고 방사화가 일어나지 않는 비활성기체라는 특성 때문이며 열전도도가 높은 편이라는 점도 한몫을 한다.
iv. 용융염(molten salt)
또 다른 냉각재로는 용융염이 있다. 핵연료를 용융염에 녹여 연료인 동시에 냉각재로 쓰는 방법으로, 용융염은 금속 수준의 녹는점을 가지나 열전도도는 물과 유사한 정도이다. 대신 열용량이 높은 편이며 압력이 낮고 사고저항성이 우수하다는 강점을 갖는다. 용융염과 섞여 이미 녹아 있기 때문에 meltdown과 같은 사고상황이 일어날 수 없고, 과열 시 열팽창을 통해 반응도를 낮추는 음의 피드백 과정이 일어나 자체적으로 응고되기에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도 매우 적다. 요컨대 핵연료를 다루기 쉬워진다는 이점을 가지는데, 아직 원자력 시스템 설계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참고문헌
1. Frank White, "Fluid Mechanics," 8th ed., McGraw-Hill (2015)
2. Yunus A. Cengel, John M. Cimbala, "Fluid Mechanics," 4th ed., McGraw-Hill (2019)
이미지
1. https://www.nuclear-power.com/nuclear-power/fission/energy-release-from-fission/
2. http://www.nucleartourist.com/images/pwr-cycle.gif
3. http://www.segye.com/newsView/20211014514885?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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