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유체에 의한 열 전달

원자력열유체공학 2023. 1. 23. 22:38

0. 서론

  이전 챕터까지는 유체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유체의 특성과 이를 다루는 방정식을 확인했으며, 이로부터 주어진 환경에서 유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특히 직전 챕터인 '[3] 유체의 압력 강하'에서는 핵심적인 특성으로 꼽히는 압력이 유체와 그것이 지나는 유로의 조건에 따라 얼마만큼 변하는지를 직접 계산한 바 있다. 

  이번 챕터는 유체의 또 다른 중요한 특성인 온도와 열에 대해 서술한다. 원자력에서 다루는 유체는 노심에서 발생한 열을 전달하는 역할이 주로 부각되며, 동일 주제를 '핵공학개론1' 태그의 몇몇 글에서 다룬 적이 있다. 아래의 글에는 원자로에서의 온도 분포를 계산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2021/7/2 - [7] 원자로 내 열 전달 :: https://seraphy.tistory.com/20

  본 글에서는 유체의 열 전달과 관련된 식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흐르는 유체에서의 열 이동을 계산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비등에 의한 열 전달에 대해 간략히 확인하며 비등 곡선에 대한 설명을 포함시키고자 한다. 



1. 유체의 열 전달 기초

i. 전도와 대류

  유체에 대한 전도와 대류 열 전달에 대해서는 위 링크에 있는 글에서 한 차례 다룬 바 있다. 

  위쪽은 전도에 대한 푸리에의 법칙이고, 아래쪽은 대류에 대한 뉴턴의 냉각 법칙으로 알려져 있다. 두 경우 모두 열의 이동, 즉 heat flux가 두 기준면의 온도 차에 비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차이점이라면 전도의 경우 온도의 그라디언트를 사용해 열이 퍼져나가는 것을 표현하며 대류는 어떤 표면과 bulk 간의 온도 격차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본 글에서 중심적으로 다룰 것은 아래쪽 식의 열전달계수 h이다. 이 계수는 유체에 의한 열 전달의 효율과 직결되는 값이며, 대단히 많은 요인에 의해 값이 변동하는 관계로 다루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유체역학에서는 열전달계수가 의존하는 여러 가지 요소를 묶어 몇 개의 무차원 수로 만들어두었고, 그 조건에 따라 다른 식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추가로 몇 가지 내용을 살펴본 뒤에 이어서 논의하도록 한다. 

ii. 열에너지 보존

  이동하는 열은 물체의 온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한 지배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좌변은 물체의 밀도와 열용량을 포함한 물체의 온도 변화를, 우변은 각각 열의 이동, 열원, 그리고 그 외 요인에 의한 온도 증가분(예컨대 마찰열)을 의미한다. 

iii. 프란틀 수(Prandtl number)

  이제 고온의 벽면을 타고 흐르는 유체를 상정해보자. 이전까지는 이 유체의 온도와 벽면에서의 heat flux가 주어졌을 때 그 사이 열저항 요소에서 발생하는 온도 변화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래와 같이 계산된 원자로 내 방사 방향 온도 분포이다. 

  이때 유체 구간에서의 온도 분포는 어떠한 특성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우선 아래처럼 정의되는 프란틀 수를 들 수 있다. 

  프란틀 수는 유체의 점성 ν와 열확산계수 α의 비를 의미한다. 여기서 점성은 유체의 운동량에 의한 열 전달을, 열확산계수는 유체 내에서의 열 전달을 대표한다. 예컨대 프란틀 수가 큰 경우 점성의 영향이 크다는 뜻이므로, 난류와 같은 유체의 유동에 의한 열 전달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프란틀 수가 작다면 유체의 자체적인 열 확산의 영향이 주요 열 전달 방법으로 떠오르게 된다. 

  프란틀 수의 다른 의미는 속도경계층과 온도경계층의 두께의 비율이다. 앞서 상정한 고온의 벽 주위를 흐르는 유체의 경우, 벽에서는 마찰 때문에 속도가 0이 되고, 온도는 벽에서 최댓값을 갖는다. 그와 반대편에 있는 bulk에서는 속도가 최대, 온도는 최소이다. 속도경계층의 두께는 유체의 속도가 bulk 속도의 일정 비율에 이르기까지 회복된 지점과 벽면 사이의 간격으로 정의된다. 이와 비슷하게 온도경계층의 두께는 유체의 온도가 벽면 온도와 점점 멀어지다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지점과 벽면 간의 거리를 의미한다. 물체 내에서의 온도 확산이 잘 될수록, bulk와 벽면을 잇는 선에서의 온도 분포는 점차 균일한 증가세로 회귀한다. 일반적으로 유체의 온도는 벽에서 멀어지면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열확산계수가 높아 프란틀 수가 낮은 경우 온도경계층이 넓게 형성된다. 

  이하 표에 여러 가지 유체의 프란틀 수가 표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액체 금속의 경우 매우 낮은 프란틀 수를 가지며 용융염은 반대로 프란틀 수가 상당히 크게 나타나는 특징을 갖는다. 

iv. 너셀 수(Nusselt number)

  또 다른 무차원 수인 너셀 수는 다음처럼 정의된다. 열전달계수와 열전도계수의 비이다. 

  너셀 수의 의미는 직관적으로 떠오른 것 그대로이다. 대류가 더 활발한 경우엔 너셀 수가 크고, 전도가 더 지배적이면 작다. 위 식에서 L은 characteristic length에 해당하며, 주어진 기하 조건에 따라 다른 값을 갖는다. 예를 들어 관형 파이프에서 L은 직경 D와 같다. 

 

2. 강제대류에 의한 열 전달

i. 자연대류와 강제대류

  대류의 유형은 두 가지로 나뉘어, 하나는 온도 차에 의한 자연적인 대류인 자연대류, 다른 하나는 펌프와 같은 외력에 의한 강제대류를 들 수 있다. 

ii. 너셀 수의 활용과 Dittus-Boelter 식

  열전달계수 h는 유체와 고체가 복합적으로 위치한 조건에서 자주 사용되는 열 전달 특성이나, 이를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열전도계수 k는 물질의 특성으로 주어지는 값인 반면에 h는 환경에 크게 의존하는 값이며, 측정이 용이한 편도 아니다. 

  너셀 수는 열전달계수 h를 포함하고 있는 무차원 수로, 이제부터는 너셀 수를 계산함으로써 주어진 조건에서의 열전달계수를 역산하는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강제대류에 대한 너셀 수는 레이놀즈 수와 프란틀 수의 함수로 다루어지며, 유체의 종류와 유동 특성 등을 고려해 서로 다른 식을 차용한다. 자연대류의 경우 관성력에 대한 레이놀즈 수가 아닌 부력에 대한 그라쇼프 수(Grashof number)가 사용된다. 

  너셀 수를 구하는 식은 다양한 환경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그 종류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층류에서는 Graetz가 구한 해석해와 Hausen, Sieder-Tate의 실험식이 주로 쓰이며, 난류에서는 Colburn과 Sieder-Tate 실험식, Petukho의 식 등이 사용된다. 금속성 유체에서는 Lyon-Martinelli, Seban-Shimazaki 실험식 등이 제한 조건 하에서 쓰이고는 한다. 

  본 글에서 예시로 소개할 식은 Dittus-Boelter의 실험식으로, 다음처럼 너셀 수가 계산된다. 

  Dittus-Boelter 식은 매끈한 관에서의 완전히 발달한(L/D > 60, 관의 길이인 L이 직경에 비해 충분히 클 때 난류가 완전히 발달하게 된다) 난류 유동(Re > 10,000)에 대해 성립한다. 위 식의 n은 가열과 냉각 시에 서로 다른 값을 가지고, 각각 0.4와 0.3을 사용한다. 

  이와 같은 식을 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레이놀즈 수와 프란틀 수를 계산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특정 유로 조건에서 유체의 출구 온도를 계산하고자 한다면, 주어진 조건을 종합해 Re와 Pr을 계산, 어떤 식을 사용하여 열전달계수를 구할지 결정하는 것이 먼저이다. 이후 사용할 모델을 정하고 나면, 해석적 방법을 통해 식을 유도하여 출구 온도를 계산할 수 있다. 

 

3. 비등(boiling)에 의한 열 전달

i. 비등

  비등은 단순히 말해 끓는 것을 의미한다. 비등이 발생하면 고체와 유체의 표면에서 기포(bubble)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기포는 그 자체로 열 운반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기포의 이동에 동반되는 교반은 더 많은 유체가 열 전달에 참여하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에 열 전달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ii. 비등 곡선

  1934년, 일본의 과학자 Shiro Nukiyama는 다음과 같은 환경에서 비등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는 금속 와이어를 수조에 잠기게 한 뒤 수조비등을 일으키는 실험을 구성하였고, 이에 따라 와이어의 온도가 물의 포화온도를 초과한 수치가 비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를 나타낸 것이 아래의 Nukiyama 비등 곡선이다. 

  기본적으로 비등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물의 포화온도를 넘어야 하며, 기포의 발생을 위해서는 표면장력 등의 요인으로 인해 그보다 조금 더 높은 온도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 이를 onset of nucleate boiling이라 부른다. 

  비등에 의한 열 전달이 시작되면서 온도 증가분에 대한 heat flux의 증가가 매우 가파르게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nucleate boiling에 의한 고효율 열 전달은 어느 지점에 이르면 단절, 다시 열 전달 효율이 감소하게 되는데 이때의 heat flux를 critical heat flux라 부른다. 이 지점에서는 기포가 지나치게 많이 발생함에 따른 기포막(film)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열을 운반하는 유체가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면서 열 전달 효율이 크게 낮아진다. 이를 DNB(departure of nucleate boiling)라 부르고 이때부터 film boiling이 시작된다. 

  원전 안전의 관점에서 DNB는 매우 위험한 현상으로, 원자로 출력이 CHF에 도달하는 순간 핵연료 표면 온도가 급증,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위 그래프에서 보면 CHF를 통해 비등 유형이 바뀌면 와이어 표면 온도와 포화 온도의 차가 크게 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로 인해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사태가 발생하면 중대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원전은 DNBR(DNB ratio)이라는 지표를 도입해 현재 출력이 CHF 대비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얼마나 낮은지)를 체크하며, 일반적으로는 1.2 ~ 1.4 사이의 DNBR 값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한 예로 DNBR이 1.4라는 것은 현재 출력에 1.4를 곱해야 CHF에 도달한다는 의미이다. 

  비등 곡선의 특이한 점 중 하나로, film boiling 단계에서 다시 출력을 낮추면 가열 시 따라갔던 곡선이 아닌 다른 곡선을 따라 내려간다는 점이다. 즉 CHF를 한 번 넘고 나면 그 이하로 출력을 곧장 줄여도 nucleate boiling에 진입하지 못하며, 그보다 한참 아래인 minimum film-boiling heat flux에 도달해야만 nucleate boiling regime으로 이동한다. 해당 지점은 Leidenfrost point라고도 불린다. 

  Nukiyama의 실험은 물을 냉각재로 사용한 것이었지만, 비등 곡선의 형태는 유체의 종류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곡선이 가리키는 정확한 값은 유체의 압력 등에 의해 변한다. 

iii. 비등의 유형

  위에서 살펴본 수조비등 이외에도 비등의 형태는 몇 가지가 더 존재한다. 우선 위와 같이 온도 차에 의한 자연대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외력이 개입한 비등을 강제대류비등이라 부른다. 또 유체가 포화상태에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포화비등과 비포화비등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원자로 내에서는 개별 설비에 따라 비등의 형태가 달라진다. 예컨대 코어에서는 유체가 펌프에 의해 이동하고 있으며 부분적인 가열만 이루어지므로 강제대류의 비포화비등으로 볼 수 있다. 증기발생기는 코어를 지난 유체가 쓰이되 포화 상태에 놓여 있으므로 강제대류의 포화비등이며, 가압기의 경우 항상 포화 상태를 유지하나 유체의 이동이 없으므로 수조비등의 포화비등에 속한다. 

 

 

참고문헌

1. Frank White, "Fluid Mechanics," 8th ed., McGraw-Hill (2015)

2. Yunus A. Cengel, John M. Cimbala, "Fluid Mechanics," 4th ed., McGraw-Hill (2019)

 

이미지

1. https://bit.ly/3wwfLEp

2. https://nuclear-power.com/wp-content/uploads/2017/11/Prandtl-Number-materials-table.png

3.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Nukiyamas-boiling-curve-for-saturated-water-at-1-atm_fig2_282505798

4. https://bit.ly/3WxN9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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