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기체 방전

핵공학개론2 2020. 12. 27. 09:54

 

0. 서론

  이전의 글(seraphy.tistory.com/5)에서 우리는 플라즈마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기체에 전압을 걸어주면 전자가 원자(또는 분자)를 이온화(또는 래디컬 생성)시키고, 여기서 나온 이온이 음극에 충돌해 전자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를 통해 전자와 이온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플라즈마가 발생한다. 

  기체는 걸어준 bias voltage에 따라 다양한 방전 양상을 띈다. 앞서 살펴본 Townsend breakdown에 따른 플라즈마 발생은 기체 방전의 단계 중 하나이며, 전반적으로는 dark current나 arc와 같은 여러 현상들을 확인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아래에 나와있는 기체 방전의 V-I 그래프(Fig 1)를 바탕으로 이를 살펴볼 것이다. 이하의 모든 표기는 Fig 1에 표시된 regime과 point들을 따른다. 

Fig 1. current voltage characteristics for electrical discharge of gases

 

 

I. dark discharge(암전류)

  빛이 발생하지 않는 구간으로, non-self sustaining한 특성을 보이며 방사선 계측에 주로 사용된다. 다음 그림은 gas-filled detector를 나타낸 것이다. 

  alpha 입자에 의해 기체가 이온화되면 여기서 생성된 전자와 이온을 양 극판으로 당겨와 전류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방사선 계측이 이루어진다. 아래(Fig 2)는 방사선 계측에서 관측되는 pulse-voltage 그래프로, 이하 문단의 내용을 함축한다. 

Fig 2. Operation regions of gas-filled detectors

i. A-B : background ionization(recombination region)

  전압이 매우 낮으면 전자와 이온의 이동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아 이들 간의 재결합이 주요한 현상으로서 나타난다. 이 상태에서 전압을 올리면 재결합 비율이 급격히 감소하여 초기에 방전판 사이에 존재하던 대전 입자들이 모두 관측된다. 

 

ii. B-C : saturation regime(ion chamber region)

  방사선에 의해 생성된 대전 입자들이 모두 방전판에 흡수되고 나면, 한동안은 bias voltage에 상관없이 전류가 증가하지 않는 구간에 들어선다. 이때의 전류를 saturation current라 하고, 그 양은 초기에 들어온 방사선의 에너지에 비례한다. ion chamber region에서 동작하는 계측기는 특정한 전류 값을 출력하고 이를 토대로 방사선의 에너지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iii. C-D : Townsend regime(proportional region)

  전압이 충분히 커지면 Townsend 이론에 따른 전자의 1차 증배가 시작되어 전류가 급격히 증가한다. 증배의 특성상 초기에 들어온 전자의 수에 따라 전류가 지수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iv. D-E : corona regime(Geiger-Muller region)

  전압이 너무 높으면 avalanche에 필요한 전자-이온 pair의 수가 줄어들면서 결국 하나의 pair만으로도 avalanche가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 초기 대전 입자의 수와 무관하게 매우 강한 전류가 관측되며, 이 때문에 단지 방사선이 들어왔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어떤 입자가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가지고 들어왔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Fig 1에서 나타나는 corona regime은 전압을 걸어주는 전원의 내부저항에 의해 지속된다. 요컨대 이 내부저항이 강하면 breakdown에 필요한 충분한 전류를 공급받지 못해 점화 조건을 갖췄음에도 corona regime에 머물게 된다. 또한 이전 글(seraphy.tistory.com/5)에서 살펴본 것처럼 pd의 값에 따라서도 breakdown voltage가 변할 수 있다. 

 

※ Corona Discharge : St. Elmo's Fire

  iv에서 살펴본 regime의 이름은 주위 전압이 높을 때 뾰족한 물체의 끝 부분에서 방전이 발생하는 현상인 corona discharge로부터 유래하였다. 이 현상은 교회의 첨탑, 해상의 선박이나 항공기에서 발생하고는 하는데, 이러한 기상 현상을 선원들의 성자인 성 에라스무스의 이름을 따 성 엘모의 불(St. Elmo's fire)이라 부른다. 과거 바다를 항해하던 선원들은 이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성자가 자신들을 지켜주는 것이라 여겼다. 

  피뢰침의 원리를 궁금해한 적이 있다면, 뾰족한 부분에 전하가 쏠린다는 점과 등전위일 때 부피가 작은 쪽에서 전기장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후자에 대해서는 참고문헌 1의 108-109 page를 읽어볼 것). corona discharge는 대개 고전압 조건에서 발생하나, 뾰족한 물체에서는 요구되는 전압이 낮아져 더 쉽게 발생한다. 만약 이 현상이 근처에서 나타난다면 번개가 그 주위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리를 피할 것을 추천한다. breakdown voltage를 넘어서면 기체 방전은 glow discharge, arc discharge의 단계로 넘어가 luminous plasma가 관측되고, 번개 역시 플라즈마 현상의 일종이다. 

돛대의 끝 부분에서 성 엘모의 불이 관측되고 있다. 

 

 

II. glow discharge

  breakdown voltage에 도달하면 2차 전자 증배가 시작되어 자발적으로 플라즈마가 유지되는 단계에 이른다. 이 구간 이후의 현상들은 방전으로 인한 섬광을 동반하는데, 이러한 발광 현상은 네온 사인의 원리로서 실생활에서도 사용된다. 

  가속된 전자는 기체 분자를 여기(excitation)시키고, 이들이 바닥 상태로 돌아오면서 빛이 방출된다. 만약 전자가 excitation을 일으킬 만큼의 에너지를 갖지 못하거나, 또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가져 excitation이 아닌 이온화를 발생시킬 경우에는 발광이 일어나지 않는다. 

i. E-F : breakdown

  breakdown이 시작되면 전류는 증가하는데 이에 대응하는 전압은 감소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glow discharge 단계에서 확인되는 플라즈마의 층 구조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a) aston dark space: cathode에서 방출된 직후의 전자들이 있는 곳이다. 전자 밀도가 낮고 가속이 충분치 않아 발광은 나타나지 않는다. 

b) cathode glow: 전기장에 의해 충분히 가속된 전자들에 의해 빛이 발생하는 부분이다. 

c) cathode dark space: 이 영역에서는 전자들이 지나치게 가속되어 기체 분자를 이온화시킨다. gamma process에 필요한 이온이 여기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여기에서부터 전압의 증가세가 진정되기 시작한다. 

d) negative glow: 기체를 이온화시킨 전자들이 에너지를 잃어 이온화는 중단되고 대신 excitation이 다시 발생한다. 전압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며, 가장 밝은 빛을 낸다. 

e) Faraday space: 전자가 대부분의 에너지를 잃고 excitation도 발생하지 않는 구간이다. 

f) positive column: anode에 가까워지면서 전자는 다시 가속되기 시작한다. 전압 증가세가 약해 긴 구간에 걸쳐 은은하고 균일한 빛을 방출한다. 

g) anode glow: anode sheath의 경계에서 가속된 전자들에 의해 빛이 방출된다. 

h) anode dark space: anode sheath에서 전자들은 급격히 가속되어 anode로 흡수된다. 

  glow discharge에서의 플라즈마는 cathode 근방에 대부분의 전압이 걸리며 이를 cathode fall(V_c)이라 부른다. 이로부터 공급된 에너지는 negative glow 구간에서 빛의 형태로 방출된다. 

  cathode 근방에 대부분의 전압이 걸림에 따라 cathode와 V_c 지점 사이의 거리가 감소하게 되고, 이 때문에 전자 가속에 필요한 전기장 세기를 달성하기가 쉬워진다. 따라서 Fig 1에서처럼 전압 강하가 발생한다. cathode fall의 값은 Paschen curve에 조정된 거리 값을 대입하면 얻을 수 있다. 

$$E = \cfrac {V}{d}$$

  

ii. F-G : normal glow

  mA scale의 전류가 점차 증가하는 반면 전압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전류가 증가하는 동안 cathode에서 플라즈마와의 접촉 면적도 증가한다. 

  Fig 1에서는 또한 F에서 D를 향하는 hysterisis curve를 볼 수 있다. breakdown voltage에 이르기 전까지 normal glow가 유지되며, 해당 전압이 되면 Townsend model이 다시 적용된다. 

 

iii. G-H : abnormal glow

  cathode의 모든 면이 플라즈마와 접촉하게 됨에 따라, 지점 G부터는 전류의 증가에 맞춰 전압도 따라 증가한다. 요컨대, cathode fall의 등장으로 필요 전압이 낮아졌던 것이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는 과도기라 볼 수 있다. 이 구간에서는 cathode fall 역시 증가한다. 

 

 

III. arc discharge

  매우 높은 전압이 걸리면 가열된 cathode에서 열전자가 방출되고, 전극물질이 증발(arc erosion)하기 시작한다. glow discharge에서는 cathode에서 방출된 전자가 기체를 여기(excitation)시켜 빛을 냈다면, arc discharge에서 대량으로 방출되는 열전자들은 방전판 사이의 기체를 통해 양극으로 넘어가고 이 과정에서 빛이 발생한다. 필라멘트에서 나오는 열전자를 사용해 빛을 내는 형광등이나 회로가 short될 때 전선 사이에서 관측되는 빛이 arc discharge의 한 예이다. 에너지가 매우 커 절단기(cutter)나 용접기 제조 기술에 사용된다. 

 

※ Spark or Arc

  높은 전압에서 방전에 의해 빛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spark와 arc는 서로 혼동되기 쉽다. 이들의 구분은 방전 당시의 조건과 주변 환경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spark는 순간적인 고전압에 의해 절연파괴가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방전인 반면 arc는 전압은 낮아지고 전류는 증가하면서 열전자를 방출하는 방전 현상이다. 물론 spark가 발생하고 이것으로 인해 해당 구역에서의 방전 형태가 arc로 넘어가는 일도 가능하다. 

  한때 번개는 대기 중의 공기 분자를 타고 전자가 내려온다는(또는 올라간다는) 점에서 arc의 예시로 여겨진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번개의 발생 원인을 정전기와 같이 전하 분포에 의존하는 순간적인 spark로 보고, 이 과정에서 대기가 잠시 플라즈마 상태로 변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참고문헌

1. David K. "Fundamentals of Engineering Electromagnetics", Pearson (2014)

2. F. Chen, "Introduction to Plasma Physics and Controlled Fusion", Springer (2016)

3. Kyoung Jae Chung, "Detection and Measurement of Radiation(Introduction to Nuclear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2020)

4. Kyoung Jae Chung, "Plasma Source Technology(Introduction to Nuclear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2020)

5. William Beaty, "What causes the strange glow known as St. Elmo's Fire? Is this phenomenon related to ball lightning?", SCIENTIFIC AMERICAN., 1997.9.22. (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quotwhat-causes-the-stran/)

6. en.wikipedia.org/wiki/St._Elmo%27s_fire (image)

7. marriott.tistory.com/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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