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핵융합 기술

핵공학개론2 2021. 1. 2. 16:57

 

0. 서론

  이전 글(seraphy.tistory.com/7)의 말미에서 confinement time(가둠시간)이라는 개념을 살펴보았다. n-tau product, 또는 triple product를 구성하는 값 중 하나인 가둠시간은 플라즈마의 에너지 밀도가 유출에 의해 0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밀도, 가둠시간, 온도의 곱인 triple product는 핵융합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인 Q value를 결정한다. ignition 상태에서는 Q value가 무한대로 발산하며, 일반적인 상용핵융합로는 Q > 10의 조건을 만족하도록 설계된다. 이에 따라 얻고자 하는 Q value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플라즈마의 충분한 가둠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즉 플라즈마가 가진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플라즈마의 에너지 손실은 radiation(방사)과 conduction(유출)에 의해 발생한다. Lawson의 계산에서는 conduction에 의한 손실이 무시되었으나, 실제 상황에서는 거의 항상 플라즈마 입자의 이탈이 발생하며, 따라서 플라즈마를 제어하는 것이 주요한 기술적 문제로 다뤄진다. 

  본 글은 '핵공학개론2' 태그에서 플라즈마를 다루는 마지막 글로써, 플라즈마를 이용한 핵융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플라즈마 제어 방식에 차이에 중점을 두고 알아보고자 한다. 대표적인 핵융합 방식에는 자기장 가둠과 관성 가둠 방식이 있다. 

 

 

I. magenetic confinement(자기장 가둠)

  자기장 가둠 방식은 플라즈마가 대전 입자라는 점에 착안한 방법이다. 전하를 띤 입자는 자기력선을 따라 나선 운동을 한다. 따라서 중심축에 수직인 원 궤도의 자기력선을 만들어주면 대전 입자는 이를 따라 계속해서 돌게 될 것으로 예상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관측되는 운동 양상은 이와 다르다. 휘어진 자기력선 궤도를 도는 대전 입자는 grad-B drift와 curvature drift를 겪는다. drift에 대해서는 이전 글(seraphy.tistory.com/3)을 참고하자. 이렇듯 균일하지 않은, 휘어진 자기장은 플라즈마의 제어를 까다롭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데, 아래 예시를 통해 플라즈마 상태의 입자가 유출되는 과정을 확인해보자. 

  닫힌 자기력선은 일반적으로 toroid를 사용해 만든다. 

  다음처럼 toroid의 단면을 살펴보면, curvature drift의 영향으로 대전 입자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rift에 의해 플라즈마 내 대전 입자들이 전하 부호에 따라 각기 다른 쪽으로 쏠리면서, 플라즈마 내부에 이로 인한 전기장이 형성된다. 이 전기장은 E × B drift를 유발하고, 그 결과 전자가 중심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밀려나면서 플라즈마의 유출, 또는 toroid 외벽에 충돌하며 에너지를 잃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막는 기본적인 방법은 기존의 toroidal B에 poloidal B를 추가하는 것이 있다. poloidal B 성분은 입자 운동 궤도의 r 방향을 교란시켜 drift에 의한 양극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대표적인 핵융합로의 형태인 toroidal pinch, stellarator, tokamak에 대해 살펴보자. 

i. toroidal pinch

  conductor에 강한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의 영향으로 conductor가 위 사진처럼 변형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pinch effect라 하며, 1905년에 피뢰침으로 쓰인 구리 막대가 찌그러지는 현상을 연구하면서 알려졌다.

  원리를 간단히 생각해보자.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전류는 전선 사이에 서로 당기는 힘을 발생시키고 그 크기는 전류의 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강한 전류가 흐르면 이로 인한 자기력이 conductor를 압축시키고, pinch effect가 나타난다. 요컨대 전류를 중심축으로 생기는 원형의 자기장 고리는 점차 축을 향해 축소되려 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pinch는 핵융합을 위해 플라즈마를 제어하고자 한 첫 번째 시도였다. 다음 그림을 보자. 

  위 그림은 외부 코일에 의한 toroidal B 외에, 이 B field를 따라 흐르는 플라즈마 전류가 만드는 poloidal B가 추가된 상태를 나타낸 것이다. pinch에서는 poloidal B가 toroidal B보다 훨씬 강하고, 그 결과 비교적 회전이 빠른 나선 궤도를 따라 전류가 흐르게 된다. 

  그러나 플라즈마 불안정성을 없애기 위해 제작된 pinch는 또 다른 불안정성을 야기하였다. 너무 강한 poloidal B의 영향으로 플라즈마가 꼬이는 현상이 관찰되었고, 이로 인한 불안정성 때문에 플라즈마의 지속 시간이 짧아지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아래 그림은 대표적인 불안정성인 kink instability와 sausage instability를 보여준다. 

  pinch를 사용한 대표적인 핵융합 장치로는 영국의 ZETA가 있다. 1957년 제작된 이 장치는 작동 시 설계에서는 예상되지 않은 수많은 중성자가 검출되면서 문제가 제기되었다. 제작을 주도한 물리학자 Cockcroft는 이러한 중성자들을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한 열중성자라고 생각했지만, 확인 결과 instability에 의해 발생한 중성자임이 밝혀지고 다른 pinch 장치에서도 같은 현상이 관측되면서 pinch를 사용한 핵융합 방식은 사양세에 접어들었다. 

ZETA의 모습. 제작 당시 세계에서 제일 크고 강력한 핵융합 장치였다. 

 

ii. stellarator

  poloidal B를 만들기 위해 플라즈마 전류를 사용한 pinch와는 달리 stellarator는 외부 코일을 사용한다. 

  stellarator는 toroid 구조의 코일을 8자 모양으로 꼬아서 제작하였다. 덕분에 toroid를 한 바퀴 돌 때마다 발생하는 drift가 상쇄되는 효과를 얻었다. 플라즈마 전류를 자기장을 만드는 데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외부 자기장을 걸어줄 더 강한 전자석이 필요했지만, 이러한 설계는 플라즈마가 정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tellarator의 문제는 첫째, 특정 속도와 질량을 가진 입자만을 가둘 수 있다는 것이 있다. 이보다 느리게 움직일 경우 입자가 유출되고, 빠르게 움직이면 벽면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진다. 둘째, 궤도를 돌던 입자들 간의 충돌이 발생하면 이 역시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tellarator는 내부에 divertor의 설계를 포함하고 있다. divertor는 벽면에 근접하는 입자와 불순물을 제거하는 장치로, 일종의 분리기 역할을 한다. 

  세 번째 문제는 핵융합 규모가 커질수록 불안정성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초기 stellarator 모델을 개선해나가던 연구진은 한계에 부딪혀 연구가 잠시 정체되었다. 이와 동시에 소련에서 개발 중이던 tokamak 방식의 핵융합이 stellarator보다 더 좋은 성능을 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tokamak은 가열, 설계 면에서 더 쉽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고, 효율이 낮은데다가 설계가 훨씬 복잡한 stellarator 연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다만 tokamak 역시 전류의 세기가 커짐에 따라 불안정성이 커지는 문제점이 발견되고 컴퓨터의 발달로 복잡한 설계를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1990년대부터 stellarator 연구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iii. tokamak

  tokamak은 러시아어로 'toroidal chamber magnetic coil'의 준말이다. pinch처럼 플라즈마 전류를 사용해 poloidal B를 만들되, 차이점은 tokamak의 경우 toroidal B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pinch와 tokamak의 차이는 safety factor q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q는 poloidal 궤도를 한 번 돌 때마다 toroidal 궤도를 도는 횟수로, q가 클수록 나선 궤도가 덜 꼬여있다는 의미이다. 앞서 살펴본 pinch의 instability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q가 1보다 클 필요가 있다(Kruscal-Shafranov limit). ZETA의 경우 q value가 1/3 정도이고, tokamak은 최소 1의 q value가 보장된다. 

  toroidal B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즈마 전류에서 유래한 poloidal B를 추가했음에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다음은 toroid 내부의 자기장 세기가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상이하고, 이 때문에 radial 방향의 힘에 불균형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다(toroid를 따라 흐르는 전류에 의한 자기장의 식 유도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축에 가까운 지점일수록 자기장의 세기가 강하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vertical 방향의 B 성분을 외곽에 추가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tokamak에는 외부 코일이 추가로 포함된다. 

바깥쪽 코일이 PF 코일에 해당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플라즈마는 이론적으로 helical orbit을 따라 움직여야 하나, magnetic mirror effect에 의해 입자가 외곽 궤도에서 안쪽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banana orbit을 형성한다. 

  banana orbit은 diffusion rate을 증가시켜 입자를 가두기 어렵게 만든다. 다음 그림은 자기력선을 따라 움직이던 ion이 collision에 의해 Larmor radius(r = qB/mv)만큼 떨어진 자기력선으로 궤도를 옮기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이와 같은 collision은 ion diffusion을 일으켜 플라즈마의 유출을 야기한다. 그런데 classical한 분석에 따른 diffusion rate이 매우 낮았던 것과는 달리, 실제 가동 결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유출이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collision에 의해 궤도로부터 이탈하는 거리가 toroidal B에서 계산한 Larmor radius가 아닌 banana orbit의 width과 같기 때문으로, 형성된 궤도가 예상과 달라지면서 diffusion도 고려해주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banana orbit width는 poloidal B로 계산한 Larmor radius에 근접한 값으로, 핵융합의 규모와 성능을 키울수록 이러한 diffusion은 더 큰 장애 요인이 된다. 

  핵융합 기술의 발달 과정은 이처럼 이론적 예측을 벗어나는 실제 결과를 해석하고 개선하려는 시도의 연속이었고, banana orbit 문제는 수많은 기술적 문제들 중 하나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컴퓨터의 발달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여 다룰 수 있게 되었다. 

 

iv. heating

  마지막으로 자기장 가둠 방식을 이용한 핵융합로가 내부의 물질을 가열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주요한 방법으로는 저항을 이용한 가열, 중성입자에 의한 가열, 전자기파에 의한 가열이 있다. 

a) ohmic heating

  플라즈마는 conductor지만 일정 수준의 자체 저항을 갖는다. 이를 이용해 전류에 의한 열을 가열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데, 이 방법은 초기 상태에서의 간편한 가열 수단으로서 적합하다. 다만 점차 온도가 높아지면 저항이 감소하기 때문에, ohmic heating만으로는 핵융합이 가능한 온도에 도달하기 어렵다. 

b) NBI(Neutral Beam Injection)

  플라즈마에서 분리해낸 ion(대개 deuterium)을 가속하고, 이를 neutralize하여 핵융합로에 입사시킨다(플라즈마 자체를 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debye shielding effect를 참고할 것). neutralize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핵융합로 근처의 자기장에 의해 제대로 입사하지 못한다. NBI 방식은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가열 방식이며, 이 방법 덕분에 핵융합이 가능한 온도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c) ECRH/ICRH(Electron/Ion Cyclotron Resonance Heating)

  플라즈마 내부의 이온과 전자는 고유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주파수의 전자기파를 만나면 공명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핵융합로 외부에서 해당 주파수에 맞춰 전자기파를 입사시키는 방식으로 플라즈마를 가열할 수 있다. 이전 글(seraphy.tistory.com/5)에서 언급된 플라즈마 생성 기기와 같은 원리를 사용한다. 

 

 

II. inertial confinement(관성 가둠)

  자기장 가둠 방식은 플라즈마 유지에 중점을 두어 더 긴 가둠시간을 확보하는 목적을 가진 방법이다. 반면 관성 가둠 방식은 순간적인 고압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triple product에 도달하는 방법에 해당한다. 

  기본적인 원리는 아래와 같다. 레이저를 사용해 핵융합 원료의 표면을 순간적으로 가열하면, 이들이 증발하면서 내부의 물질에 높은 압력을 가하여 핵융합 조건을 만족시킨다. 수소폭탄의 원리와 대체적으로 유사한데, 이는 연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하며 연구가 진행되더라도 관련 자료의 공유는 매우 적다. 

  실제로는 균일한 가열을 위해 원료를 담는 기구인 hohlraum을 사용한다. 전체 표면을 균일하게 가열하지 않으면 Rayleigh-Taylor instability에 의해 플라즈마가 유지되기 어려운데, 이를 단순히 여러 방향에서 레이저를 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면 상당한 수준의 공학적 기술이 요구된다. 이때 hohlraum을 사용하면 마치 거울의 방과 같은 원리로 hohlraum에 입사된 레이저가 내부에서 무수히 반사되면서 표면을 고르게 가열할 수 있다. 

  2021년 8월, 미국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LLNL)가 19MJ의 레이저를 쏘아 핵융합을 일으킴으로써 13MJ의 에너지를 얻는 것에 성공하였다. 해당 연구팀은 지난 2014년 같은 양의 에너지를 투입해 17kJ의 출력을 얻어낸 적이 있는데, 당시 연료에는 10kJ의 에너지가 전달되었으며 그보다 많은 에너지를 얻었기에 플라즈마 점화에 성공한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실험 과정에서 배제하지 못한 비효율성 때문에 연료에 전달된 에너지량이 실제 레이저 에너지의 1%에 불과했고, 이 탓에 전체 투입량에 비하면 얻은 에너지가 매우 적었다. 이번 결과는 약 투입 대비 70% 수준의 에너지가 발생하여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참고문헌

1. David K. "Fundamentals of Engineering Electromagnetics", Pearson (2014)

2. F. Chen, "Introduction to Plasma Physics and Controlled Fusion", Springer (2016)

3. Kyoung Jae Chung, "Fusion energy(Introduction to Nuclear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2020)

4. Kyoung Jae Chung, "Various Fusion Concepts(Introduction to Nuclear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2020)

5. www.researchgate.net/figure/Particle-motion-around-magnetic-field-lines_fig4_338645742 (image)

6. en.wikipedia.org/wiki/Pinch_(plasma_physics)#History (image)

7. en.wikipedia.org/wiki/ZETA_(fusion_reactor) (image)

8. en.wikipedia.org/wiki/Hohlraum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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