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열역학 기초

핵공학개론1 2021. 3. 15. 00:22

 

0. 서론

  화력발전소의 발전 원리를 알고 있는가? 석탄 등의 연료를 태워 얻을 수 있는 고압의 증기로 터빈을 돌리면 패러데이 법칙에 따라 전기가 만들어진다. 원자력 발전은 이와 비교했을 때 연료만 다를 뿐,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방식 자체는 거의 같다. 요컨대 핵분열 결과로 발생한 열로 물을 끓이고, 그 증기로 터빈을 움직여 발전이 진행된다. 

  본 글에서는 열역학 지식과 열기관에 대한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고, 원자력 발전의 1차 및 2차 계통이 어떻게 전기를 생산하는지를 알아보려 한다. 이로부터 원전이 증기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지, 그리고 열기관의 효율을 어떻게 설정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I. 열역학 기초

i. 기체의 일과 내부에너지

  흔히 이상기체 상태방정식으로 알려진 다음의 식을 살펴보자. 

  위 식은 이전의 학자들이 실험적으로 발견한 여러 법칙들을 총체적으로 포괄한다. 예컨대 압력과 부피의 반비례 관계를 설명하는 보일의 법칙, 온도와 부피의 비례 관계에 대한 샤를의 법칙 등이 그것이다. 

  기체가 이상적이라는 것은 부피가 없고, 기체 분자끼리의 전자기적 상호작용이 없어야 하는 등의 조건을 만족한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실제 실험 환경에서 다루는 기체는 이상적이지 않으므로 위 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이상기체 방정식을 반데르발스 공식과 같이 오차를 줄일 수 있는 식으로 대체하기도 하나, 본 글에서는 깊이 들어가지 않고 기체방정식을 사용하기로 한다.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우리가 다루는 기체란 단원자 분자 이상기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하자. 

  기체의 상태를 나타내는 방법에는 P-V diagram이 있다. 세로축이 P, 가로축이 V인 이 그래프는 기체가 한 일을 표현하는 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래 그림은 P-V 그래프의 밑면적이 기체가 한 일과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째서 그럴까? 압력과 부피의 단위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데, 단위면적당 기체가 바깥으로 미는 힘을 의미하는 압력 때문에 기체의 부피가 증가한다면 기체가 가진 힘이 특정 거리만큼 일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위 그래프는 기체의 일이 경로의존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요컨대 기체가 변화하기 전후의 상태가 같더라도 P-V 그래프에서의 이동 궤적에 따라 기체가 한 일, 또는 받은 일의 크기가 달라진다. 

  이제 다음 과정에 따른 기체의 변화를 살펴보자. 아래는 단열과정(adiabatic process)이라 불리는 변화로, 기체가 일을 했음에도 기체를 출입한 열량은 0인 경우이다. 

  외부에서 준 에너지가 없음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곧 기체가 자체적인 에너지를 가진다는 의미이다. 이를 기체의 내부에너지라 부르며, 내부에너지의 근원은 기체 분자의 열운동이다. 열운동에 의한 에너지는 기체 분자가 갖는 자유도(degree of freedom)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상기체 n mol의 내부에너지 U는 다음과 같다는 것을 알아두자. 본 글에서는 자유도에 대한 이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는다. 

  기체의 대표적인 변화 과정에는 등압과정(isobaric), 등적과정(isochoric), 등온과정(isothermal), 그리고 단열과정(adiabatic)이 있다. 이 중 등온과정에서는 위 식을 보면 알 수 있듯 기체의 내부에너지가 변하지 않는다. 단열과정에서는 위 그림에서 본 것처럼 기체의 내부에너지 감소량이 그대로 기체가 한 일과 같다. 

 

ii. 열역학 주기와 열기관

  이상의 이해를 바탕으로, P-V 그래프에서 다음과 같은 cycle이 나타난 경우를 생각해보자. 

  과정 12341은 순서대로 등온팽창, 단열팽창, 등온압축, 단열압축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P-V 그래프의 밑면적이 일을 의미하므로, 과정 123에서는 기체가 일을 한 것이고 과정 341에서는 기체가 일을 받은 것이다. 따라서 그래프가 둘러싼 면적에 해당하는 것이 과정 전체에서 기체가 한 일에 해당한다. 기체로부터 반복적으로 에너지를 얻으려면 이와 같은 주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열역학 주기라고 부른다. 

  위 과정을 좀 더 살펴보자. 12의 등온과정에서는 기체의 내부에너지가 유지되므로, 유입된 열 Q1은 전부 일이 된다. 23의 단열과정에서는 기체가 내부에너지만을 사용해 일을 한다. 거꾸로 34에서는 기체의 내부에너지는 변함이 없지만 부피가 줄어들면서 일을 받고, 41에서는 스스로 압축되면서 받은 일을 내부에너지 증가량으로 변환한다. 

  위 과정에 따라 움직이는 열기관을 Carnot engine이라 부르며, 구현 가능한 모든 열기관 가운데 가장 효율이 높다(이에 대한 증명은 부록으로 남긴다). 열기관이란 온도가 서로 다른 열원 2개에 의해 작동하는 기관을 말하는데, 위 그래프에서 열을 공급한 쪽이 고온 열원, 방출된 열을 받아가는 쪽이 저온 열원에 해당한다. 

  열기관의 효율을 곧 열효율이라 부른다. 이는 열기관이 고온 열원에서 흡수한 에너지 대비 한 일의 비율로, Carnot engine의 경우 다음 식처럼 나타난다. 에너지 보존을 생각하면 내부에너지의 변화가 0이므로 흡수열량과 방출열량의 차가 기체가 한 일과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등온과정에서 유입된 에너지는 모두 일로 빠져 나간다. 따라서 등온과정에서 기체가 한 일은 다음 식을 통해 계산할 수 있다. 

  Carnot engine의 열효율은 위 식보다 더 간단한 표현으로 나타낼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니, 아래의 문단을 거친 뒤에 계산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iii. 엔트로피

  기체의 상태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개념인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라는 단어로 자주 불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엔트로피는 물리적 사건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개념으로, 어떤 고립계의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을 열역학 제2법칙이라 한다. 

  엔트로피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먼저 가역적(reversible)인 반응과 비가역적(irreversible)인 반응을 비교해보자. 전자는 되돌릴 수 있는 반응을 의미하고, 후자는 그 반대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반응은 후자에 해당한다. 물을 쏟으면 담을 수 없고, 얼음이 녹으면 그것을 다시 냉동실에 넣지 않는 한 저절로는 복원되지 않는다.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으면 상태가 같은 게 아닌가 싶지만, 그 과정에서 소요된 시간만큼 문은 낡은 상태가 되므로 결코 동일하지 않다. 넓게 보면 시간이 한쪽으로만 흐르는 것이 모든 반응이 비가역적이라는 사실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물에 떨어트린 잉크의 확산은 비가역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가역적인 반응이 일어날 때 엔트로피는 그 값을 유지하고, 비가역적 반응에서는 항상 증가한다. 이것이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다. 가역과정을 일으키면 엔트로피가 불변할 수도 있지 않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가역과정 자체가 이상적인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것이기에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엔트로피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는 상태함수라는 것이다. 앞서 기체의 일은 경로에 의존한다고 하였는데, 엔트로피는 처음 상태와 나중 상태의 영향만 받지, 그 중간에 발생한 사건에는 무관하다. 이 성질은 수많은 실험에 의해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덕분에 열역학에서 엔트로피의 절대적인 값을 정의하지 않고도 그 차이에 대해 논할 수 있다. 

  열역학에서는 엔트로피 S를 다음 식으로써 정의한다. 단위는 J/K이다.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한 무수한 오해 중 하나는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한다는 맹목적인 생각이다. 열역학 제2법칙에는 고립계라는 조건이 붙는데, 이 조건이 없다면 엔트로피는 감소할 수도 있다. 위 식을 보면, 온도는 항상 양수이므로 엔트로피의 변화가 계에 출입하는 열량의 변화를 따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등온을 가정하고 어떤 계에서 열이 빠져나갔다면, 계의 엔트로피는 감소한다. 대신 좀 더 큰 시선에서 보면, 예컨대 어떠한 열량의 출입도 없는 고립계인 전체 우주를 대상으로 생각하면 열역학 제2법칙이 적용된다. 우주의 일부분에서는 엔트로피가 감소했을지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증가했다. 

  엔트로피에 대한 열역학 제2법칙은 에너지의 흐름에 방향성을 부여한다. 다음은 고온 열원과 저온 열원 사이에 열이 손실 없이 전달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둔 것이다. 임의로 전자의 온도를 200K, 후자는 100K라 하자. 

  이제 이 통로를 통해 200K 열원(H)에서 100K 열원(L) 쪽으로 100J의 열을 전달한다. 두 열원의 크기가 충분히 커 이 정도의 열량은 온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각 열원에서의 엔트로피 변화는 다음과 같다. 

  따라서 두 열원으로 이루어진 고립계의 엔트로피 총 증가량은 0.5이다. 그런데 열의 흐름을 반대로 하여 저온에서 고온으로 열을 이동시킨다면, 

  위와 같이 전체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열역학 제2법칙에 어긋나므로, 이러한 열의 이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열역학 제2법칙의 다른 표현으로 '열은 항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는 문장이 쓰이고는 한다. 

 

※ '천천히'라는 문구의 함의

2019학년도 6월 평가원, 물리2 19번 문항

  여러 열역학 문제를 접해보았다면 공통적으로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천천히' 움직였다거나, '서서히' 열을 가했다는 식의 서술을 발견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구는 준정적과정(quasi-static process)를 달리 부르는 표현인데, 어떤 열역학 과정이 준정적이라는 것은 그것이 가역적인 과정이라는 명제의 충분조건이다(역은 일반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가역과정의 또 다른 조건으로 단열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왜 모든 반응은 비가역적일까? 그것은 순간적인 움직임이 전체 시스템에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멈춘 방에 기체 분자가 존재하는 것을 가정해보자. 이 상태가 유지되면 그 계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 그런데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면, 분자가 열에 의해 자체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다시는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계의 모든 공기 분자가 최초의 상태와 동일한 위치에서 동일한 속도를 가지도록 복원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이 확률을 통계역학에서 계산해보면 매우 작은 값이기에 사실상 0과 같다고 둔다. 이처럼 모든 움직임은 계의 상태를 영구적으로 변하게 한다. 

  그렇다면 천천히 움직인다는 말은 무엇일까. 움직이더라도 계가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수준의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이동을 하되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지 않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최초와 같은 상태를 복원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금씩 신경써서 움직인다는 말이다. 이를 두고 열역학에서는 '모든 미소시간마다 열평형 상태를 유지한다'고 한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반응은 마찰이나 와류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정적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만약 이를 구현하려 한다면 매 단계마다 열평형이 깨지지 않도록 무한한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역 반응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이상기체를 대상으로 그것이 천천히 움직이는 상황만을 살펴봐야 하며, 여기에 더해 해당 계가 단열되어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Carnot engine의 열효율을 살펴보고 열역학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을 마친다. 앞서 등장했던 P-V 그래프의 각 상태(1 ~ 4)들을 이번엔 T-S 그래프로 옮겨보자. 등온과정에서는 T가 일정하고, 단열과정에서는 엔트로피의 정의로 언급한 식에 따라 S가 일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를 가역 단열과정이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가역성에 의한 엔트로피 증가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등엔트로피 조건이 깨지게 되므로, 아래 그림의 과정 DA와 BC 중에도 엔트로피가 증가하여 사다리꼴과 유사한 형태로 그래프가 그려진다). 

  등온과정에서 흡수한 열 Q1과 방출한 열 Q2에 대해, 

  이때 엔트로피의 변화량이 두 등온과정에서 같았으므로 다음처럼 식을 쓸 수 있다. 

  어떠한 열원을 가져와도 T2/T1이 0이 되지 않기 때문에, Carnot engine의 열효율은 항상 1보다 작다. 앞에서 Carnot engine의 열효율이 모든 열기관 가운데 최대라고 하였으므로, 다시 말해 어떤 열기관도 열효율이 1이 될 수 없다. 이를 통해 영구기관의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는 열역학 제2법칙의 또 다른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II. Steam-Water Cycle

  지금까지의 내용은 순수히 기체에 한정된 것이었지만, 실제 발전에 쓰이는 증기는 물을 끓임으로써 얻어진다. 기체가 아닌 다른 상태의 물질이 존재하는 것이 열역학 주기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자. 

i. phase change

  일반적인 대기압 1atm에서는 물이 100℃에서 끓기 시작한다. 끓는다는 것은 물에 가해진 열에너지가 물 분자로 하여금 서로 간의 결합을 끊을 수 있도록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인데, 분자의 에너지는 증기압을 결정하고 증기압이 외부 압력을 넘어서는 순간 기화가 시작된다. 따라서 외부 압력이 높아지면 끓는점도 같이 상승하게 된다. 

붉은색 숫자는 이상기체 가정에서 계산한 것과의 오차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액체 상태와 기체 상태에서의 부피는 차이가 크다. 위 그림은 물의 T-V 그래프로, 압력에 따라 달라지는 상변이 그래프에서 액체와 기체 상태의 경계점을 이어 포화곡선(saturation line)을 만들었다. 압력이 증가할수록 액체의 기화점도 높아지고, 기화가 완료되었을 때의 부피도 압력에 의해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포화곡선의 중간 영역은 liquid-vapor mixture region으로 액체와 기체가 혼재하는 구간이다.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기체 상태가 되었을 때의 부피가 감소하고, 온도 증가에 따라 액체 상태일 때의 부피가 미세하게 증가하면서 어느 순간 상변이 과정에서의 부피 변화가 0이 되는 지점에 도달한다. 이 점을 임계점(critical point)이라 하여 물의 경우 22MPa(약 200기압)에서 374℃가 임계점이다. 

  참고로 위 그래프는 x축을 부피로 설정했지만, 엔트로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포화곡선의 모양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올라갈수록 엔트로피는 증가하고, 상변이 과정에서 액체가 기체로 변하면서 무질서도가 늘어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ii. Rankine cycle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발전에 사용할 열역학 주기를 생각해보자. 먼저 Carnot engine의 경우 다음처럼 포화곡선을 포함한 T-S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Carnot cycle이 이상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한 주기라고는 해도, 적당한 변형을 통해 실제 발전에 사용될 여지가 있다. 

  위 그림에는 Carnot engine이 한 일이 최대가 되도록 직사각형 모양 그래프가 포화곡선의 중간에 끼어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이에 대해 논하기 전에, 왜 다음과 같은 그래프는 상정하지 않는지 생각해보자. 

  위 그래프의 과정 41은 임계점보다 높은 온도를 향하는 등엔트로피 과정으로, 이때 압력이 매우 높아진다(포화곡선 그래프를 보면, 온도가 올라갈수록 압력 증가폭이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과정 12는, 포화곡선의 아래쪽에 있을 때와는 달리 과정 내내 압력이 변해 다루기 어려운 점이 있어 위와 같은 Carnot cycle은 사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포화곡선 하단의 Carnot cycle은 어떨까? Carnot cycle을 steam turbine cycle에 대응시켜보자. 열이 유입되었다가 방출되는 지점을 기준으로 연결하면, 과정 12가 보일러, 과정 34가 콘덴서에 해당한다. 이로부터 알 수 있는 Carnot cycle의 문제점은 첫째, 펌프에서 물과 증기가 섞여 있어 압축이 어렵다는 것과 둘째, 단열팽창 과정(34)에서 온도가 감소하면서 터빈에 물이 맺히는 액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발전에는 (superheated) Rankine cycle이 자주 사용된다. 아래 그래프에서 과정 abce'fa를 Rankine cycle, 과정 abcdefa를 superheated Rankine cycle이라 부른다. c에서 포화곡선을 넘어 d를 향하는 가열을 superheating(과가열)이라 한다. 

  각 과정을 보면, fa에서 압축이 일어난다. Carnot cycle에서는 이때 액체와 기체가 섞여 있어 압축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Rankine cycle에서는 포화곡선의 바깥쪽에서 압축이 되어 문제점이 개선되었다. 이후 abcd에서 가열되어 등압 T-S 곡선을 따라 팽창하는데, superheated Rankine cycle의 경우 c에서 d로의 가열 과정이 있어 팽창 시 액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Rankine cycle의 열효율은 위 그래프가 둘러싼 면적을 그래프의 밑면적으로 나눈 값과 같다. 이로부터 Rankine cycle의 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구상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가열 시의 압력을 높여 bc 과정을 더 높은 온도에서 일어나게 하는 것, 두 번째는 냉각 시의 압력을 낮춰 ef 과정을 더 낮은 온도에서 진행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superheating을 더 높은 온도까지 진행하여 de 과정이 더 높은 엔트로피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있다. 

  각 방법은 저마다의 장단점을 갖는다. 먼저 보일러의 압력을 높이는 방법은 이를 임계점 이상으로 올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다음으로 콘덴서의 압력을 낮추는 방법의 경우 ef 과정이 일어나는 온도를 낮출수록 de의 팽창에서 액화되는 양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으며, 냉각재로 자주 사용되는 해수의 온도를 임의로 설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구현이 어렵다. 마지막으로 superheating을 더 해주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들어 손실도 덩달아 늘고, 고온에서 부피가 급증하는 기체의 특성상 설계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 T-S 그래프의 실제 형태

  T-S 그래프에서 축과 평행한 직선의 형태로 나타나는 열역학 과정은 등온과정과 단열과정이다. 후자의 경우 가역적인 단열과정은 항상 등엔트로피 과정인데 반해 역은 일반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과정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등온과정, 예컨대 등온팽창이 완벽히 이루어지려면 기체의 온도와 외부 계의 온도가 같은 상태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래서는 기체에 새로운 열량이 유입되지 못해 팽창이 불가능하다. 기체의 온도를 변하지 않도록 하면서 팽창시키려면 외부 계는 기체의 온도보다 아주 미세하게 높은 온도를 갖고 천천히 열을 공급해야 하고, 이 과정을 무한한 시간을 갖고 이어가야 한다. 또한 모든 열역학 과정은 마찰이나 누설 등 어떠한 방식으로든 간에 비가역성에 의한 엔트로피 증가를 수반하므로 등엔트로피 과정 역시 이상적인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이를 종합하여 어떤 열기관의 현실적인 T-S 그래프를 그리면 다음과 같다. 

  등엔트로피 과정이었던 12과 34에서 비가역성에 의한 엔트로피 증가가 확인되고 있으며, 열 유출과 같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압력 강하도 관찰된다. 

 

 

III. Pressurized Water Reactor(가압수형 원자로)

  터빈에서 전기를 얻는 실제 증기기관은 지금까지 소개한 열기관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더 복잡한 구조로 설계된다. 다음의 PWR 그림을 보면서 원자로의 열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자. 

  원자력 발전소의 설비는 크게 원자로와 직접 연결된 1차계통과 터빈을 포함하는 2차계통으로 구분되며, 해수 냉각 장치와 연결된 부분을 3차계통으로 부르기도 한다. 원자로의 열을 그대로 받아 증기 발생기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1차계통의 냉각재는 가열 전에 570K, 가열 직후에 600K로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움직인다. 이러한 고온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15MPa에 이르는 고압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1차계통에서 가열된 냉각재는 증기 발생기를 지나면서 2차계통의 물을 기화시키게 된다. 액체를 기체로 바꾸어야 하므로 2차계통의 압력은 1차계통의 절반인 7.5MPa로 맞춰져 있으며, 증기의 온도 역시 1차계통의 냉각재보다 다소 떨어지는 560K 정도에 그친다. 이 증기가 터빈을 돌리고 나면 온도와 압력은 더욱 낮아져 대략 35℃, 상온과 비슷한 온도가 되고 압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 된다. 이후 해수를 사용해 증기를 액화시켜 30℃의 물로 되돌려 놓고, 다시 가열하는 식으로 2차계통이 가동된다. 이 과정에서 약 27℃로 데워진 해수를 온배수라 하는데, 이를 바다로 그대로 내보낼 경우 주변 생태 환경에 혼란을 가져오는 등의 악영향이 생길 수 있어 많은 원전들이 온배수를 난방, 농업용수, 발전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원자로를 관통하는 1차계통과는 달리 2차계통의 냉각수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아 사용에 무리가 없다. 

  2차계통에서 냉각이 완료된 물의 온도와 증기 발생기의 온도 간의 차이가 심하면 효율이나 설비 관리 측면에서 좋지 못하다. 300K ~ 560K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많은 원전에서는 터빈을 돌리는 증기의 일부를 돌려 물을 미리 예열하는 단계가 추가로 구현되어 있다. 

 

 

 

부록: 최대 열효율 증명

  귀납법을 사용해 Carnot engine의 열효율이 최대임을 증명할 수 있다. 위 그림은 Carnot engine보다 열효율이 높은 가상의 엔진 X와 Carnot engine을 역설계하여 같은 열효율로 열을 뽑아내는 Carnot refrigerator를 나타낸 것이다. 두 장치 모두 같은 열원에 연결되어 있다. 

  엔진 X가 고온 열원에서 열 Q_H'를 얻어와 저온 열원에 Q_L'만큼의 열을 방출한다고 두자. 이 과정에서 X는 W만큼의 일을 한다. 이 일을 받아 Carnot refrigerator는 저온 열원에서 Q_L의 열을 뽑아내어 고온 열원으로 Q_H의 열을 전달한다. 이때 X의 열효율이 더 높으므로(refrigerator의 열효율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열 출입이 같은 엔진의 열효율과 같다고 보면 간단하다), 다음이 성립한다. 

  그런데 저온 열원에서 뽑아낸 총 열은, 

  이고 고온 열원에 방출한 전체 열은

  이므로 X와 Carnot refrigerator로 구성된 결합 엔진은 외부에서 어떠한 일도 해주지 않았음에도 저온 열원에서 뽑아낸 모든 열을 고온 열원에 그대로 전달하는 성능을 갖게 된다. 이는 열역학 제2법칙에 모순되므로, Carnot engine보다 열효율이 높은 열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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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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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web.mit.edu/16.unified/www/FALL/thermodynamics/notes/node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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