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원자로 내 반응도 피드백

핵공학개론1 2021. 8. 15. 00:01

0. 서론

  피드백(feedback, 되먹임 또는 궤환)이란 시스템 내에서 어떤 현상이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때, 이전 단계의 사건이 그 다음 단계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피드백에는 양성 피드백과 음성 피드백이 있고, 전자는 주어진 변동(perturbation)을 점차 키우는 방향으로 피드백이 일어나며 후자는 반대의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한다. 

  피드백의 예시로 들 수 있는 자연의 수많은 대상들처럼, 원자로 시스템에도 피드백 체계가 존재한다. 이는 원자로 안전과 연관된 것인데, 원자로가 정상적으로 운전하고 있다는 말은 곧 엔지니어가 의도한 균형, 즉 임계 상태를 원자로가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균형은 외부로부터 오는 변화로 인해 쉽사리 깨질 수 있고, 따라서 시스템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내부에 음성 피드백 체계를 갖추어두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원자로 안전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변수로는 온도와 중성자속 등을 들 수 있다. 원자로는 이들 변수에 대해 음성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설계되며, 이러한 설계 방식은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설령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큰 피해 없이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1. Thermal Negative Feedback

i. doppler broadening

  중성자 반응에 대한 이전의 글(https://seraphy.tistory.com/15)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특정 에너지를 갖는 중성자는 표적물질과 반응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를 resonance라 부른다. 그런데 resonance의 기준이 되는 에너지는 중성자의 고유한 속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중성자와 표적핵 간의 상대속도로부터 계산한 운동에너지에 의존한다. 일반적으로는 표적핵에 비해 중성자가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이러한 상대속도 조건은 무시할 수 있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fuel의 온도가 높아지면 더 이상 표적핵이 정지해 있다고 볼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한 효과를 계산에 넣어줄 필요가 생긴다. 

  온도 증가에 따른 표적핵의 움직임은 곧 열운동이므로, 그 속도가 Maxwell distribution을 따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3차원 공간에서 무작위 방향으로 움직이는 표적핵과 특정 속도를 가진 중성자 사이의 상대속도는 아래와 같은 가우스 함수 형태를 가지며, 온도가 낮을 때에 비해 resonance shape이 넓게 퍼진다. 이러한 현상을 doppler broadening이라 부른다. 

doppler broadening이 발생해도 그래프 아래쪽 면적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이 경우 전체 공명 흡수 확률은 같으나, 넓어진 resonance 구간으로 인해 self shielding의 영향은 더 커진다. 공명 흡수를 일으킬 수 있는 표적핵 U238의 수가 매우 많기 때문으로, 결과적으로는 온도 증가로 인해 원자로의 반응도가 감소하게 된다. 

  실제 원자로 가동 시에는 제어봉을 사용해 의도한 반응도를 설정하려 할 때 doppler broadening을 고려해주어야 한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원자로의 반응도가 초기에 설정한 반응도와 비교해 다른 값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온도 증가에 따른 반응도의 감소량은 다음처럼 쓸 수 있으며, 

  이를 fuel temperature coefficient(FTC)라고 부른다. 국내 원자로의 FTC는 대략 -3 pcm/K으로, 만약 원자로 작동 이후 fuel의 온도가 600K 상승한다면 1800 pcm = 1.8%의 반응도 손실이 나타난다. 

 

※ pcm

  percent-milli의 뜻을 갖는 단위로, 1000pcm은 1%에 해당한다. 

 

ii. spectrum hardening

  냉각재의 온도가 올라가는 경우에도 음성 피드백이 발생한다. 이것은 표적핵의 열운동이 아닌 냉각재 밀도가 감소함에 따른 현상으로 그만큼 중성자의 감속이 덜 이루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에 따라 중성자의 스펙트럼을 관찰해보면 고에너지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확인되는데, 이를 spectrum hardening이라 부른다. 

  핵분열을 일으키는 중성자는 대부분 열중성자인데, hardening의 결과로 열중성자 영역에 있던 중성자가 감소하면 반응도도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moderator에서도 온도 증가에 따른 반응도 감소가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고, fuel에서와 비슷한 계수 MTC(moderator temperature coefficient)를 정의할 수 있다. 물의 경우 그 값은 -60 pcm/K 정도이다. 

  그러나 MTC에서 추가로 고려해주어야 하는 것이 boron의 존재이다. 중성자를 잘 흡수하는 성질을 가진 boron은 냉각재의 밀도가 낮아지면 이를 따라 밀도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중성자 흡수가 덜 되면서 오히려 반응도를 높이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원전 설계 기준은 원자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음성 피드백을 활용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냉각재에 섞을 수 있는 boron의 양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을 종합하면 냉각재의 MTC는 -30 pcm/K 정도로 조정된다. 냉각재의 온도가 상온(25℃)에서 시작해 295℃까지 올라간다고 가정할 경우 그 영향은 8100 pcm = 8.1%에 달하며, 실제로 MTC는 thermal feedback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참고문헌

1. Han gyu Joo, "Thermal Reactivity Feedback(Introduction to Nuclear Engineering 1)", Seoul National University (2020)

2. J. K. Shultis, R. E. Faw, "Fundamentals of Nuclear Science and Engineering", 2nd ed., CRC Press (2008)

3. J. R. Lamarsh, A. J. Baratta, "Introduction to Nuclear Engineering", 3rd ed., Prentice Hall (2001)

4. 이은철, 조건우, 김응수, "핵공학개론", 한티미디어 (2018)

 

이미지

1. https://www.nuclear-power.com/glossary/doppler-broadening/

2.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Comparison-of-RIVE-due-to-hard-neutron-spectrum-and-soft-neutron-spectrum-a-neutron_fig2_33519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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