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원자로 장기 운전 시의 변화

핵공학개론1 2021. 8. 20. 22:16

0. 서론

  '핵공학개론1' 태그의 지난 9개 글을 통해, 원자로 내에서 중성자가 어떻게 생성되고, 반응하며, 에너지와 위치에 따라 어떤 형태로 분포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중성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발전 기관으로서의 원자로를 알아보았으며, 다시 시간에 따른 중성자 수의 변화를 논의함으로써 원자로 제어의 핵심 지표인 반응도를 공부하였다. 

  요약하면, 원자로의 동작은 중성자가 표적핵과 반응하여 다시 중성자를 내뱉는 연쇄반응으로부터 출발한다. 임계 상태 조건을 만족하는 원자로는 그에 대응하는 출력을 갖고 에너지를 생산하며, 이 상태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원전 가동의 핵심이 된다. 이는 지지난 글(https://seraphy.tistory.com/21)에서 다룬 원자로 동특성과 원자로 제어에 연관된 것이다. 

  우리는 원전이 최적의 상태에서 계속 가동할 수 있기를 원하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원자로는 시시각각 변화한다. 가장 먼저 핵연료봉 내에 포함되어 있던 우라늄이 핵분열을 통해 소모되며 원자로 출력이 감소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며, 핵분열 결과로 생성되는 수많은 핵분열생성물(fission product)은 계속해서 누적된다. 이들은 강한 방사능을 지니고 있어 원자력 발전이 갖는 단점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고온, 고압의 극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원전 구성 요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손상되고 품질이 저하되어 교체 혹은 수리를 요하게 된다. 따라서 원자로의 관리는 원전 경제성과 안전이라는 양 측면 모두에서 중요한 작업에 해당한다. 

본 글에서는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장기적인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그동안 다루었던 모든 반응은 수 ms, 길어봐야 수십 초 단위에서 일어나는 것이었으나, 원전에서는 이러한 반응과 함께 비교적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도 관찰된다. 이들 현상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수백 ~ 수천 년에 걸쳐 발생하며 이에 따른 변화는 원자로 제어와 안전, 관리에 있어 중요하게 다뤄진다. 

 

 

1. 핵분열 결과로 생성되는 부산물

i. fission products(FP)

  이전의 글(https://seraphy.tistory.com/15)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핵분열에 쓰이는 U235는 반응 후 2 ~ 3개의 더 작은 핵으로 쪼개진다. 이렇게 핵분열 결과로 생성되는 파편핵을 핵분열생성물(fission product)이라고 한다. 이들 핵종은 원자로 내에서 흔하게 발견되며 그 종류가 다양하지만, 질량수 95와 137을 중심으로 하는 핵종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핵분열생성물의 대부분은 반감기가 1일 이내로 짧은 편이나 일부 핵종은 수십 년에서 수백만 년에 이르는 반감기를 갖고 있다. 방사능과 관련된 언론 보도에서 자주 등장하는 핵종이 이러한 유형에 속하며 대표적인 것으로는 스트론튬(Sr-90, 반감기 28.8년), 세슘(Cs-137, 반감기 30.1년), 아이오딘(I-129, 반감기 157만 년) 등이 있다. 핵분열생성물은 물에 녹는 성질이 강해 확산이 잘 되는데, 이에 더해 이들 핵종은 유출 후 오래 잔류하므로 방사능의 영향을 측정하기에 적합하다. 

  바로 앞서 언급된 I-129나 Tc-99(반감기 21.3만 년) 등 소수의 핵종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지만, 다른 핵분열생성물은 빠르게 붕괴하여 그 과정에서 열을 방출한다. 아래에서 논의하겠으나 이러한 성질은 사용후핵연료 보관 초기에 고열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다. 

 

ii. Xenon poisoning

  핵분열생성물 중 흥미로운 핵종으로 제논(Xe-135)이 있다. Xe-135의 가장 큰 특징은 흡수 단면적이 매우 크다는 것으로, σ_a가 2.72e+6 barn에 이른다(barn이란 1e-24㎠와 같은 단위이다). Moderator로 쓰이는 경수의 흡수 단면적이 0.66 barn에 그치고 boron(B-10)의 전체 미시적 단면적이 3840 barn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Xe-135가 중성자를 매우 잘 흡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핵종에 의한 중성자 흡수를 poisoning이라고 따로 지칭한다. 여기서 poison은 '독'이라는 일반적인 의미로 쓰인 것인데, 원자로의 성능과 경제성은 더 많은 중성자 수를 확보하는 것에 달려 있기에 중성자를 줄이는 행위가 마치 독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일한 뜻으로 핵연료 어셈블리 중에 띄엄띄엄 박혀 있는, 핵연료봉 대신에 중성자를 흡수할 목적에 넣어진 Gd₂O₃ 봉을 burnable poison이라 부른다. 

  Xe-135는 핵분열에서 곧장 생성되는 분율이 낮고, 주로 parent nuclide인 I-135가 베타 붕괴를 일으키면서 만들어진다(반감기 6.7시간). 그런데 Xe-135의 반감기는 베타 붕괴 기준 9.2시간으로 I-135보다 길다. 방사성 붕괴에 대한 이전 글(https://seraphy.tistory.com/10)을 참고하면 parent - daughter nuclide의 반감기 관계에 따른 핵종 수 변화를 볼 수 있는데, I-135와 Xe-135의 경우 다음과 같다. 

1이 I-135, 2가 Xe-135에 해당한다. 

  즉, I-135가 특정 시점에 생겨나면 시간 차를 두고 Xe-135가 잠깐 증가했다가 다시 줄어드는 식이다.

  만약 원자로가 정상 상태에 있다면 I-135가 계속해서 생성되므로, 그 수의 평형이 이루어질 때 Xe-135에 의한 고정적인 중성자 수 감소와 반응도 손실이 있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iii. reactor dead time

  이와 같은 반응도 손실 외에도, 원자로가 가동을 중단했을 때 역시 Xe-135의 영향을 고려해주어야 한다. Xe-135도 중성자와 반응하여 다른 핵종으로 변하는 성질이 있어 Xe-135의 수를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이 때문에 원자로가 멈춰 flux가 0이 되면 잠깐 동안 Xe-135의 수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잔존해 있는 Xe-135에 더해 이전에 생성되었던 I-135로부터 Xe-135가 한동안 계속 만들어지므로 원자로 정지 후 일정 시간 동안 Xe-135는 점점 양이 증가한다. 물론 Xe-135의 반감기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줄어든다. 

  이렇게 Xe-135의 효과가 시간 차를 갖고 나타나기에 가동 정지 이후 원자로를 재가동하려면 그로 인한 반응도 감소치를 채워서 원자로를 세팅할 필요가 있다. 원자로를 임계 상태로 맞추는 것은 대개 1보다 큰 증배계수를 갖는 시스템에 제어봉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만약 제어봉을 모두 제거했음에도 Xe-135에 의한 반응도 감소 효과가 더 강하다면 원자로 시동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위 그래프는 원자로 가동 중단 후 Xe-135의 영향을 정량적으로 보여준다. 원자로 정지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나자 반응도 감소가 뚜렷해지기 시작하고, 일정 시간이 더 흐르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특정 반응도 감소량(위 그래프에서는 0.2)을 기준으로 그 이상의 영향이 유지되는 시간을 reactor deadtime이라 부르며, 그 시간은 정지 직전 원자로의 출력이 높을수록 길어진다. 

 

iv. axial xenon oscillation

  피드백에 대한 지난 글(https://seraphy.tistory.com/22)을 기억한다면, Xe-135의 경우에도 유사한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Xe-135의 양은 핵분열로 생성된 I-135의 양에 비례하며, 따라서 중성자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Xe-135가 생성된다. Xe-135는 그 수가 늘면 중성자를 흡수하게 되고, 그 결과 자기자신의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 식으로 음성 피드백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중성자가 늘어남에 따른 Xe-135의 증가는 몇 시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과도적인 양상은 예상과 다르게 나타난다. 

  핵연료봉이 세로로 꽂혀 있는 상태를 가정해보자. 여기에 제어봉을 절반 정도 지점까지 삽입하면, 제어봉이 위치한 상단부는 flux가 줄어들고 하단부는 상대적으로 flux가 높아진다. 이때 하단에서는 높은 flux 때문에 Xe-135와 반응하는 중성자가 많아 순간적으로 Xe-135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중성자가 더 증가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많이 생성된 I-135로부터 Xe-135가 공급되면서 flux가 도로 감소하게 된다. 반대로 상단에서는 처음엔 flux가 매우 감소했다가 이후 다시 늘어나는 변화가 나타난다.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상단과 하단의 상태를 전체 공간에서 살펴보면 flux가 연직 방향 축에 대해 진동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axial xenon oscillation이라 부른다. 

  요약하면, Xenon에 의한 flux의 변화는 전반적으로 보면 음성 피드백이지만 그 안에는 더 빠른 반응 속도를 가진 양성 피드백이 존재한다. 이러한 perturbation은 핵연료봉 기준 상단과 하단 출력의 불균형을 가져오는데, 이를 표현하는 지표로 ASI(axial shape index)가 있다. 

ASI의 절댓값이 클수록 불균형이 심한 것이다. 

  ASI는 약 32시간 정도의 주기를 갖고 감쇠진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때때로 발산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식의 불균형은 원자로 운영에 있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므로(핵연료 연소 효율을 낮추고, 안전 기준에도 걸릴 수 있다), 원자로 설계 시 Xenon oscillation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를 고려해주어야 한다. 

 

v. transuranic elements(TRU)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는 핵분열생성물뿐만 아니라 초우라늄 원소(transuranic elements)도 존재한다. TRU란 우라늄보다 무거운 방사성 원소를 말하며 U235와 U238이 중성자를 포획하고 분열은 하지 않은 경우에 만들어진다. Major actinide인 Pu(플루토늄)과 minor actinide인 Np(넵투늄), Am(아메리슘), Cm(퀴륨)으로 구성된다. 

  악티늄족(actinide)이란 주기율표에서 볼 때 원자번호 89번(Ac, 악티늄) ~ 103번(Lr, 로렌슘)의 금속 원소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 가운데 U와 Pu가 대부분인 관계로 이들을 major actinide라 부르며 다른 원소를 통틀어 minor actinide라 부른다. 악티늄족 초기의 Ac(악티늄), Th(토륨), Pa(프로트악티늄), U는 자연에 존재하지만, 초우라늄 원소에 해당하는 Np 이상의 원소는 모두 인공적으로만 만들어진다. 

  FP의 대부분이 짧은 수명을 가진 데 반해 TRU는 대개 수천 년 이상의 반감기를 갖는다. 또한 수용성이 낮아 잘 퍼지지 않는 성질을 가지는 것도 FP와의 차이점이다. 

 

 

2. 사용후핵연료

  사용후핵연료란 말그대로 원전에서 사용하다가 기한이 다해 제거된 핵연료를 말한다. 처음 제조될 때는 U235와 U238이 대부분이었던 핵연료는 핵분열을 거치면서 앞서 설명한 FP와 TRU가 포함된 상태로 원자로를 빠져나오게 된다. U235가 4.2% 농축된 우라늄 1 ton이 50 GWd/t까지 연소된 상태를 가정하면, FP는 51.3kg, TRU는 13.5kg이 생성된다. TRU 중에서는 Pu이 12kg을 차지하고 나머지 minor actinide가 1.5kg만큼 나온다. 

 

※ burnup

  핵연료에서 단위질량당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뽑아 썼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원전 내에서 오래 사용된 핵연료일수록 burnup이 높다. 위에서 연소된 정도를 표현할 때 burnup이 50 GWd/t을 달성할 때까지 사용한 예시를 들었는데, 이는 우라늄 1 ton당 50 GWd의 에너지를 생산했다는 뜻이다. 즉, 앞 예시에서는 총 에너지 생산량이 50 GWd이다. 

 

i. radiotoxicity of spent fuel

  많은 FP와 TRU는 높은 방사능을 띠고 있다. 방사능에 의한 독성을 radiotoxicity라 부르며, 이러한 독성을 제거하여 인간과 자연에 해가 되지 않도록 만들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핵심이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FP는 TRU에 비해 반감기가 짧아 방사능이 빠르게 사라지는 편이다. 반감기가 가장 긴 Sr-90과 Cs-137은 약 30년에 절반씩 그 양이 줄어드는데, 일반적으로 방사능이 0.1% 이하로 떨어지면 안전하다고 본다. 반감기를 10번 정도 거치면 방사성 핵종의 양이 초기의 1/1024 수준이 되므로 FP가 무해한 상태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0년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TRU는 그 정도 시간이 지나도 거의 변화가 없다. 이러한 핵종은 반감기가 길면 수만 년에 이르므로 인류가 원자력 발전소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radiotoxicity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 FP와 TRU의 방사선량

  방사선량과 반감기는 서로 반비례 관계에 놓여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빠르게 붕괴하는 FP는 그만큼 짧은 시간 내에 쏟아내는 방사선이 많고, 반대로 오랫동안 붕괴하는 TRU는 방사선량이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된다. 이러한 경향성은 위 그래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ii. 임시 저장, 중간 저장

  원전에서 빼낸 사용후핵연료는 우선 50 ~ 60년 동안 원전 부지 내부에, 혹은 따로 마련된 장소에 저장 절차를 거친다. 이는 영구처분 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해두는 것이며 전자를 임시 저장, 후자를 중간 저장이라 부른다. 

  저장 방법으로는 임시 저장과 중간 저장 모두 습식과 건식 방법을 쓴다. 습식은 핵연료를 물에 담가 냉각과 방사선 차폐를 시키는 것이고, 건식은 습식 저장 후 꺼내어 공기로 냉각시키는 방식이다. 건식의 경우 공기만으로도 냉각이 가능한 수준이 될 때까지 약 5년 정도 습식 저장을 거쳐야 한다. 모든 방사성 원소는 붕괴 시 붕괴열을 동반하는데 사용후핵연료의 잔열은 몇 년 이내로 크게 줄어든다. 국내에서는 월성 원전만이 건식 저장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중간 저장 시설이 없다. 각 원전 부지 내에 마련된 임시 저장소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러한 저장소들은 조밀랙(조밀 저장대)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관 용량을 늘리고 있으나 2024년 즈음에는 결국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월성 원전의 경우 건식 임시 저장 시설 맥스터(MACSTOR, Moudular Air Cooled Storage)가 2022년 3월 가득 찰 것으로 예상되어 2020년 9월 맥스터 증설 공사가 시작되어 진행 중에 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인 맥스터(L)와 캐니스터(R)의 모습. 

 

iii. 영구처분

  중간 저장을 마친 사용후핵연료를 보면 잔열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FP와 TRU 등이 여전히 방사성 독성을 가진 채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인간의 생활권 외부로 내보내고, 방사능이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보관하는 것을 영구처분이라 부른다. 이들 핵종이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보다도 길기 때문에, 수십만 년에 이르는 보관 기간 동안 부식되지 않고, 돌발적인 외부 충격에도 잘 견딜 수 있는 재료로 영구처분 용기를 제작해야 한다. 또한 용기에만 의존해서도 안 되며 주변 지형이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지의 여부도 따질 필요가 있다. 

  앞서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성분 중 FP는 반감기가 짧고 물에 잘 녹는 성질을 갖고, TRU는 그 반대라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영구처분의 기본 개념은 FP의 보관 기간(300년) 동안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하고, TRU의 보관 기간(수십만 년) 동안 인간, 또는 다른 생물의 생활권으로 핵물질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지르코늄 어셈블리에 꽂혀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1차로 스테인리스 용기에 넣고 이를 다시 2차로 5cm 두께의 구리 용기에 보관한다. 두 금속은 물과 부식에 강한 재료로 특히 구리의 경우 선사시대 유적에서 발견된 구리 유물이 잘 보존되어 있는 등 내구성이 좋다. 이 과정에서 용기 내부의 핵연료가 충격으로 손상되지 않도록 완충재 등을 사용해 빈 공간을 메워준다. 

  그 다음 구리 용기를 35cm 두께의 벤토나이트(bentonite) 점토층으로 뒤덮는다. 이 특수한 점토는 물과 만나면 굳어버리는 성질이 있어 핵연료와 물이 접촉하는 것을 막아준다. 물을 경계하는 이유는 핵물질이 자연 상태로 점토층을 통과하는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물에 한 번 녹아들면 대단히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벤토나이트를 사용하면 영구처분 시 핵연료 용기를 덮은 두께만큼의 점토층을 통과하는 데 Am은 19만 년, Pu는 31만 년이 걸린다. 각각의 반감기가 430년, 2.4만 년인 것을 감안할 때, 핵물질이 유출되기까지 그 10배의 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것을 400 ~ 500m 깊이의 지하의 지반 깊숙히 파묻는다. 지상의 시설로부터 수직갱도를 파 내려간 뒤, 지하터널에 핵연료를 처분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 이 방법으로 처분한 핵연료가 지상에 도달하려면 적어도 수백만 년이 필요할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이처럼 핵연료를 지하에 묻는 방식을 심지층 동굴 처분(Mined Repository)이라 한다. 이외에도 해양, 우주, 빙하 등에 처분하는 방안이 고안되었으나, 지하에 처분하는 방법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고 비용도 더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경우 지하 시설을 건설 중에 있으며 미국은 이보다 더 깊은 지하 4000 ~ 5000m 지점에 핵연료를 묻는 심부시추공 처분(Deep Boreholes)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영구처분 시설을 짓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심지층 동굴 처분 방식이 우리나라에서 가능한지, 실제로 안전한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이대로 더 나은 처분 기술이 개발될 것을 기다리자는 의견도 혼재해 있다. 

 

iv. 재처리와 파이로프로세싱(pyrocemical processing, pyro-)

  사용후핵연료에 남아 있는 물질 가운데 Pu와 같은 핵종은 다른 원자로의 연료 등으로 쓰일 수 있으며, 사용후핵연료의 96%는 이와 같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핵연료 재처리 기술은 1950년대 몇몇 국가가 핵무기 제조를 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이처럼 핵무기 개발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재처리는 국가 간 협약 등으로 제한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핵 비확산 조약에 의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금지되어 있다. 이 때문에 Pu만 따로 추출해내지 않는 건식 재처리 기술인 pyro-processing을 연구하고 있다. Pyro-processing이란 사용후핵연료를 분말로 만든 뒤 고온, 고압에서 actinide를 분리하는 것을 말하며, 이렇게 얻은 핵물질을 소듐냉각고속로(SFR)의 연료로 연소시키는 과정과 연결하여 개발 중에 있다. 다만 비용과 기술 문제로 인해 상용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참고문헌

1. Han gyu Joo, "Long Term Effects(Introduction to Nuclear Engineering 1)", Seoul National University (2020)

2. J. K. Shultis, R. E. Faw, "Fundamentals of Nuclear Science and Engineering", 2nd ed., CRC Press (2008)

3. J. R. Lamarsh, A. J. Baratta, "Introduction to Nuclear Engineering", 3rd ed., Prentice Hall (2001)

4. 원자력상식사전 편찬위원회, "원자력 상식사전", 박문각출판 (2016)

5. 이은철, 조건우, 김응수, "핵공학개론", 한티미디어 (2018)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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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E Technology Cross Training R325C - Chapter 14 Normal Operating Lim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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